“의료, AI와 결합하면 차세대 혁명… 폭발성장 확신” [ETF 리더 ⑦]
[인터뷰] 김승현 하나자산운용 ETF·퀀트솔루션본부장
“메티컬(의료산업)은 AI와 결합했을 때 가장 큰 파급력을 낼 수 있습니다. 엔디디아, 구글 등 빅테크가 메디컬 AI를 ‘넥스트 레볼루션(차세대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2013년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술 소식이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BRCA(유전성 유방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수술을 감행했다. 12년이 지난 현재 졸리는 여전히 건강하게 활동 중이다.
위 사례처럼 의학은 서서히 공학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질병(증상)이 왜 발생했는가에 주목하는 ‘표준치료’를 넘어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주목, 치료법이나 약물 등을 최적화하는 ‘정밀의료’로 변하는 추세다. 원동력은 인공지능(AI)이다. AI 기반의 유전정보, 임상정보, 생활환경 등을 통합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춤의료’를 제공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
AI 기술은 정밀의료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약 개발 전 과정에 걸쳐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AI 신약’과 의사가 로봇 팔을 조작하며 수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로봇수술’도 있다. 이를 통틀어 메디컬 AI 산업이라고 부른다.
김승현 하나자산운용 ETF·퀀트솔루션본부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메디컬 AI에 대해 “메티컬 분야는 AI와 결합했을 때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산업”이라면서 “메디컬도 이제 바이오·헬스케어에서 AI로 바뀔 수밖에 없는 시대적 환경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메디컬AI 투자는 아직 낯설다. 관련 기업 대부분이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22일 ‘1Q 미국메디컬AI’ 상장지수펀드(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AI 정밀의료 플랫폼 템퍼스AI, AI 신약 개발업체 리커전 파마슈티컬, 수술용 로봇업체 인튜이티브 서지컬 등 메디컬 AI 관련 15개 종목으로 구성된 ETF다. '1Q'는 하나금융의 대표적인 상품 브랜드다.
김승현 본부장은 1Q 미국메디컬AI가 하나자산운용의 색깔을 나타내는 대표 ETF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메디컬 AI 성장성을 확신했다. 변동성이 있겠지만 주가는 장기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도 내비쳤다. 메디컬 AI 산업 전망 및 특징을 듣고자 김 본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메디컬AI ETF를 상장했다. AI 분야 중 메디컬을 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AI로 인한 수혜는 인간이 못했던 분야, 불가능을 가능으로 극복했을 때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메디컬의 경우, 특히나 AI와 결합했을 때 성장성이 크다.”
ㅡ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가?
“의학은 인간이 범접하지 못하는 분야가 많다. 일례로 그동안 단백질에 대한 분석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를 통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또 0세부터 기록한 자료, 가족들 유전자 등을 통해 정밀진단을 받는 게 가능하다. 로봇수술 도입으로 1000명, 1만명의 의료 노동력도 절약할 수 있다. 챗GPT, 자율주행 자동차, 동영상 소라(SORA)와는 차원이 다르다.”
ㅡ AI 기업들의 투자가 실제 이뤄지고 있나?
“엔비디아는 AI 신약개발 업체 리커전 파마슈티컬에 지분 투자했고 슈퍼컴퓨터 2대를 그쪽에 제공했다. 구글은 알파폴드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의료·헬스케어 AI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금 분위기로 볼때 메티컬 AI 산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은 37%로 전망된다. 2034년까지 매년 40% 가까이 성장할 것이란 얘기다. 2034년 메디컬 AI 글로벌시장 예상 규모는 한화 891조원정도로 본다.”
ㅡ 1Q 미국메디컬AI는 어떤 종목으로 구성했나?
“의료계의 팔란티어로 불리는 템퍼스AI가 25%로 가장 높고 엔비디아가 선택한 AI 신약 대표기업 리컬전 파마슈티컬스 15%, 글로벌 로봇수술 지배자 인튜브이티브 서지컬 10.8%, 딥마인드를 통해 알파폴드를 개발한 알파벳(구글) 7% 등 15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ㅡ 편입 종목들은 어떠한 점에서 AI 수혜주인가?
“템퍼스AI는 유전자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사업 기반 데이터를 250PB(페타바이트)나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2000여개 병원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임상 기록이 850만건이나 된다. 이를 미국 기업들과 거래·협력한다. 환자 데이터는 개인정보인데 이 데이터가 사기업인 템퍼스AI로 흘러갔다는 건 정밀의료 기술의 실체를 갖췄다는 방증이다. 진짜이기에 FDA와 같은 공공·규제 기관이 승인한 것 아니겠나.”
ㅡ 그 중에서도 템퍼스AI 비중을 가장 높게 설정한 이유는?
“템퍼스AI는 정밀의료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경쟁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템퍼스AI가 정밀의료에 뛰어든 지는 10년이 넘었다. 남들 안 할 때 들어와서 정밀의료 플랫폼을 이미 갖췄고 데이터도 많이 확보했다. 산업 특성상 프로세스를 갖추고 데이터를 통해 정보가 계속 쌓이게 되면 정확도는 올라간다. 기술력과 점유율이 월등히 앞서서 ETF 내 비중을 가장 크게 했다.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인튜이티브 서지컬도 비슷한 이유로 비중을 높게 잡았다.”
ㅡ 우리가 아는 전통 대형 제약사 비중이 오히려 낮다. 이유는 뭔가?
“아쉽게도 대형 제약사들은 메디컬 AI 분야에서 앞서 있지 않다. 템퍼스AI,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인튜브이티브 서지컬 측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들은 스스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아닌 ‘AI 테크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약을 만드는 기업은 메디컬 AI를 가지고 갈 수 없다. 전통 자동차 회사가 테슬라보다 자율주행 전기차를 잘 만들지 못하는 이유랑 같다고 보면 된다. 바이오·헬스케어 관점으로는 메디컬AI에 접근할 수가 없다. 로슈,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돈을 주면서 협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ㅡ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신규 테마의 성공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들을 어떻게 대하냐일 것이다. 메디컬 AI는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오픈AI, 테슬라도 주목하는 분야다.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인수하며 LG와 함께 정밀의료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온디바이스를 통한 건강 진단 등 운신의 폭도 커서 메디컬 AI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ㅡ 관련 기업들 중에 아직 수익성이 확보된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편입 상위 종목의 경우 매출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흑자로 돌아서진 못했다. 호재가 터지면 점프업하는 경향이 강해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 다만 템퍼스AI의 경우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투자했고 서학개미의 상반기 순매수 5위 종목이기도 하다. 성장성은 확실하다고 본다.”
ㅡ 미국 기업으로만 구성한 이유는?
“메디컬 AI 분야에서 미국은 압도적이다. AI, 바이오, 헬스케어 역사를 보더라도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앞서 나갈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주가가 오르려면 이익을 내야 하는데 한국 시장은 돈이 안 된다. 미국 시장에 진출해 돈을 벌어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가 구글, 아마존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 좋은 기업이지만 비즈니스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ㅡ 밸류업에이션 부담은 없나?
“밸류에이션도 한국 기업은 굉장히 높다. 절대 낮은 게 아니다. 뷰노, 루닛, 쓰리빌리언 등이 잘 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투자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자본 조달에 있어선 미국의 자본시장이 훨씬 크지 않나. AI 논문, 신약 개발 논문 등이나 투입 인력도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과 같이 비즈니스가 크고 높은 기술력을 갖춘 곳에 먼저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ㅡ 경력에 비하면 하나자산운용에 합류한 건 6개월 정도로 짧다. 회사에 들어올 때 김태우 대표가 주문한 게 뭔가?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혁신 상품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규모의 경제는 순자산 1조원 ETF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것, 범위의 경제는 상품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1Q 미국S&P500, 1Q 미국나스닥100,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등의 기본 라인업을 내놨다. 혁신 상품을 위해 명확한 방향성을 통해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다.”
ㅡ 하나자산운용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대표 상품은 무엇인가?
“1Q 미국메디컬AI ETF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사에 없는 최초의 상품이고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 산업 성장성, 편입 기업 매출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자산운용은 이 산업에 대한 확신도 크다. 대표 상품의 시작으로 충분하다.”
ㅡ ETF 점유율이 1%가 채 안 되는데 확대 방안은 있나?
“점유율만 바라보고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 ETF 상품이 15개인데 점유율 확대는 30~40개 정도 됐을 때 하는 거다. 지금은 다른 회사와 똑같지 않은 상품을 통해 라인업을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일부 회사는 테마만 갈아 끼우고 똑같은 종목으로 ETF를 내고 있는데 그와 달리 하나자산운용은 산업의 성장성이 크고 진짜 수혜 종목으로 구성한 ETF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필요한 상품을 공급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본다.”
ㅡ 앞으로의 ETF 계획이 궁금하다.
“신뢰, 차별화, 연금이라는 방향성에 맞게 ETF를 투자·운용할 계획이다. 신뢰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률을 끝까지 책임지면서 투자자들과 소통할 것이다. 또 상품 전략, 투자자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할 것이다. 장기적인 성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겠다. 마지막으로 장기 투자에 맞는 ETF를 공급해 분산투자 문화를 만드는 게 앞장설 것이다. 신뢰받는 기업이 영속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비전을 통해 ETF 사업을 해나갈 것이다.”
☞ 김승현 하나자산운용 ETF·퀀트솔루션본부장은
2008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 파생상품솔루션본부, 리스크관리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201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ETF마케팅본부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고 2022년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ETF컨설팅담당 직책을 수행했다. 2025년 1월 하나자산운용에 합류해 ETF·퀀트솔루션본부장으로서 ETF 사업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