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컨소시엄 몰린 'AI 국가대표' 선발전...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경쟁 치열

2025-07-21     홍주연 기자

정부가 총 2136억원을 투입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15개 컨소시엄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할 ‘소버린 AI(자국 주도 인공지능)’ 모델을 본격적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공모사.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정통부는 21일 해당 공모에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KT, 카카오, NC AI 등 국내 유력 AI 기업을 비롯해 루닛, 정션메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바이오넥서스, 사이오닉에이아이, 코난테크놀로지, 파이온코퍼레이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주관 기관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총 15개 팀이 ‘AI 국가대표’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LG AI연구원은 전문가 특화 초거대 AI ‘엑사원’을 기반으로 B2B 시장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하며 기술 진화를 입증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로 국내 LLM(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을 선도해온 기업이다. 두 곳 모두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을 배출한 이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OCR 전문 기업에서 LLM 개발 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다. 자체 개발한 ‘솔라’ 모델의 후속작인 ‘솔라 프로2’는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평가에서 58점을 기록, 세계 12위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직접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급하면서 대외 인지도를 확보했다.

통신사도 참전했다. SK텔레콤은 독자 LLM ‘에이닷엑스 3.1’을 선보이며 경쟁에 나섰다. KT는 한글 특화 모델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한국형 AI를 강조했다.

정부는 최대 5개 팀을 1차로 선정해 GPU 등 대규모 자원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엔비디아 H100 GPU 1000장 또는 B200 500장을 현물로 제공하고, 이후 총 1만 장 규모의 GPU 자원을 투입한다. 이와 함께 연간 100억 원 규모의 데이터 공동 구매, 해외 인력 인건비 지원 등도 병행된다.

평가 방식은 생존 경쟁 구조다. 서류 및 발표 평가를 거쳐 최종 5개 팀이 선정되고, 이후 6개월 단위 단계평가를 통해 4개→3개→2개 팀으로 압축된다. 글로벌 프런티어 AI 모델 대비 성능 95% 이상 달성이 기준이다. 모든 성과물은 오픈소스로 공개되며, 정부가 인증한 모델에는 ‘K-AI’ 브랜드가 부여된다.

업계는 이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독자 개발 역량’으로 본다. 해외 모델을 가져다 파인튜닝하는 수준이 아닌, 모델 아키텍처 설계부터 대규모 학습, 오픈소스 생태계 기여까지 가능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GPU, 데이터, 인력 등 자원 통합 운용 능력과 지속적 평가를 견딜 수 있는 조직력도 관건이다.

최종 선정된 팀은 향후 공공 및 민간 영역에서 ‘AI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시스템에 도입될 뿐 아니라 후속 사업 기회도 연계되며, ‘K-AI 모델’, ‘K-AI 기업’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외산 AI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소버린 AI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업의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 도전이며, G3 AI 강국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