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초거대 AI '엑사원'으로 B2B 본격 공략…산업 현장 혁신 승부수
"엑사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특히 엑사원을 각 산업에 특화하고 계열사에서 이를 활용해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 이홍락 LG AI 연구원 공동연구원장 겸 CSAI(최고AI 과학자, 부사장)
"AI 기술은 LG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 임우형 LG AI 연구원 공동연구원장
LG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을 앞세워 계열사 전반의 AI 전환(AX)을 가속화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이를 통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부사장 겸 CSAI)은 2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AI 토크콘서트 2025'에서 엑사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산업에 특화해 각 계열사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LG는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 ▲정밀의료 특화 모델 ‘엑사원 패스 2.0’ ▲멀티모달 모델 ‘엑사원 4.0 VL’ 등을 공개했다.
엑사원, 산업 현장 혁신 주도…B2B 사업 본격 확장
LG AI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그룹 차원의 AI 전략을 본격화한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통신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금융·의료 등 외부 산업으로의 확장도 병행한다. LG 미래 성장 축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LG그룹은 엑사원을 통해 계열사 간 AI 기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신규 디스플레이 회로 설계·양산 과정에서 엑사원을 활용해 평균 20~30일 걸리던 문제 해결 시간을 수 분 이내로 단축했다.
임우영 연구원장은 "LG가 만든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사업적인 가치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며 "그룹 내 여러 계열사 AI 역량을 향상시키고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는 데 우리 AI연구원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화영 AI사업개발부문장은 "LG 계열사들의 AX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하고, LG그룹 차원에서 AI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비전이다"라며 "이 같은 엔지니어 생산성 향상 사례를 외부 기업에도 확장해 B2B 솔루션 사업으로 연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금융·의료 영역으로 응용처 확대…퓨리오사·LSEG 유수 기업과도 협업
AI를 활용한 그룹 차원의 사업 모델 확대도 병행한다. 실제 LG AI연구원의 AI 기술은 LG CNS나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를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수주액을 기록하며 사업적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LG는 엑사원 성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 기업 협력에도 적극이다. LG는 올해 초 메타의 인수 제안으로 주목받았던 AI 스타트업 퓨리오사AI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LG 엑사원에 퓨리오사AI의 2세대 AI 추론 가속기 '레니게이드(RNGD)'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며, 양사는 이 협력을 바탕으로 레니게이드 기반의 기업용 엑사원 솔루션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LG는 엑사원을 금융·바이오·의료 영역으로도 확대 적용 중이다.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과의 협력을 통해 금융 투자 분야에 AI 기술을 공급하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LSEG의 데이터와 뉴스를 기반으로 투자 자산의 수익률을 예측하고 보고서를 생성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을 돕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한 LG AI연구원은 향후 내부 검증을 마친 '엑사원 기반 엔터프라이즈 AI 에이전트 챗엑사원',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 '엑사원 온프레미스' 등을 공개하며 범용성을 확대하고, LSEG와의 협력 서비스는 올 3분기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화영 부문장은 “AI 기술을 그룹 내 AX(AI 전환) 가속화는 물론 외부 산업에서의 데이터·인사이트 기반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핵심”이라며 “LG그룹이 AI로 새로운 사업을 만든다면 어떤 것이 가능할지 계속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루시네이션도 개선…빅테크 대비 특화 AI로 경쟁력 확보"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 대비 인지도가 약하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임우형 연구원장은 "LG AI연구원이 중시하는 방향은 대중 인지도가 아닌 실질적 산업 성과다"라며 "오픈AI나 구글과 달리, 우리는 B2B 산업 현장에서 도메인 전문가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AI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개선에도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개선하고 있다. 최정규 AI에이전트그룹장은 "가드레일 모델과 데이터 파운드리를 통해 도메인 특화된 정확한 정보를 LLM에 입력시켜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LG AI연구원은 챗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 온프레미스 패키지 등 엑사원 기반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전기정 서비스개발부문장은 "LG 계열사 약 5만5000명이 챗엑사원을 활용하고 있다"며 "데이터 파운드리를 연계한 도메인 특화 에이전트 체계로 AX를 가속화할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국내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인프라 부족 문제는 여전히 과제다. 이화영 부문장은 "GPU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유전체 데이터와 같은 민감 의료정보 활용에 제약이 많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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