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알맹이'없는 조단위 보안투자 선언...업계 '공염불' 우려
2700만 가입자 유심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대표 유영상) 사태 이후 통신사들이 앞다퉈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 등을 외치며 보안 영역 투자를 선언했다. 다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전무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4일 SK텔레콤 해킹 사태 조사 발표 후 향후 계획에 '민간 정보보호 투자 확대'를 천명했다. 이에 SK텔레콤, KT(대표 김영섭), LG유플러스(대표 홍범식) 모두 정부 의지에 발맞춰 최근 보안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올해 6월 공시한 2024년 통신3사의 정보보호부문 투자액에 따르면 KT가 12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LG유플러스 828억원, SK텔레콤 652억원순이다. 다만 SK브로드밴드 몫을 합칠 경우 SK텔레콤 투자액은 933억원으로 불어난다. 다만 지난해 KT가 연결기준 매출 26조4312억원, SK텔레콤이 17조9406억원, LG유플러스가 14조6252억원을 올린 것을 생각할 때 매출 대비 보안 투자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은 최근 다양한 정보보호 강화조치와 함께 향후 5년간 7000억원에 달하는 적극적인 투자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를 갖추겠다는 내용을 담은 '정보보호혁신안'을 발표했다. KT도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고객이 안심하고 통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체계를 혁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유플러스도 2023년 해킹 사고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 보안 영역에 투자할 방침이다. 업계는 LG유플러스도 향후 5년 동안 약 7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통신3사 모두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보안 분야에 얼마나 투자할 지 등 구체화된 그림은 그리지 못한 상황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어떻게 투자할지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시간을 두고 구체적으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밝힐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관련 교수는 "보안 영역 강화 목소리는 이전에도 있어왔으나 보통 왼쪽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오른쪽 주머니로 들어오는 식이 많았다"며 "이를테면 보안 관련 계열사가 투자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투자 총액을 밝힌 만큼 세부적인 투자안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며 "보다 구체적인 안을 밝혀야 보안 투자 의지 진정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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