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경고등에 건전성 관리 나선 카드사… 대출 문턱 높였다

실질 연체율 10년래 최고 카드론·리볼빙·현금서비스 잔액 감소

2025-07-24     전대현 기자

올해 상반기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등 주요 신용카드 대출 잔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카드업계가 연체율 급등에 대응해 고위험 대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실질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상반기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등 주요 신용카드 대출 잔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 DALL-E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9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NH농협카드)의 상반기 신용카드 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잔액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카드론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상반기 카드론 잔액은 42조5148억원으로, 올해 초 사상 최고치였던 42조9888억원 대비 약 4740억원 줄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 2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체율 상승 주범으로 꼽히면서, 카드사들이 수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3113억원으로 연초 6조6137억원보다 약 3000억원 줄었다. 결제일에 원금을 일부만 상환하는 리볼빙(일부이월약정) 잔액도 6조8111억원으로, 같은 기간 7조522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대출 잔액이 일제히 감소한 데에는 카드사들이 분기 말을 맞아 부실채권 상각하고, 대출금리를 높게 산정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드사들은 연체율 상승에 따라 위험부담이 커지자 리볼빙과 현금서비스 이자를 높게 잡기 시작했다. 이달 기준 현금서비스 평균 대출금리는 17.85~19.90%, 리볼빙은 15.97~18.45% 수준이다. 연초 현금서비스 금리 17.40~19.16%, 리볼빙 금리 15.68~18.28%에 비해 각각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금리 부담이 완화했음에도 연체 리스크를 반영해 오히려 금리를 높게 잡았다.

아울러 상반기 결산시점을 맞아 카드사들이 부실채권 일부를 상각·매각한 것도 대출잔액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 분기말이 되면 카드사들은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에 따라 카드사 위험부담이 커지면서 리볼빙이나 현금서비스 대출금리가 일부 인상된 측면이 있다”며 “부실채권을 매각한 것도 대출잔액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실질 연체율은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업권 내 위기감이 상당하다. 실질 연체율은 상환 유예 중인 연체 채권까지 반영한 지표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실질 연체율은 평균 1.93%에 달한다. 이중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은 실질연체율이 2%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카드론 잔액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사들도 가계대출 목표를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는 당국 방침을 따르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신용대출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대출 문턱도 한층 높아졌다. 카드론은 그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규제에 포함되면서 대출한도가 연소득의 100% 이내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카드론 수요가 위축되는 대신, 리볼빙이나 현금서비스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동안 서민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해온 카드론이 규제를 받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건전성에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하반기 카드론이 DSR 규제를 받게 되면서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로의 수요 이전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에 대한 수요 자체가 꺾였다고 보긴 어려워 하반기에도 건전성 관리가 중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