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본업에 대안 고심 카드사… ‘AI 전환’ 돌파구 모색
AI전담 조직 신설부터 인재 모집까지
카드사들이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디지털 기반 업무 자동화와 효율성 제고를 비롯해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잇따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비용절감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AI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전사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2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이 AI관련 기업과 협업을 늘리거나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BC카드는 이달 초 AI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모델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양자화된 초거대 언어모델 18종을 공개했다. 국내 금융사로서는 첫 사례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들은 고가의 GPU 없이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동적 양자화’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양자화 기술은 모델 경량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확도 손실 우려가 컸다. 반면, BC카드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확도 저하 없이 ‘손실률 0%’를 구현한 동적 양자화 모델을 선보였다. 실제로 4000만원대 GPU에서만 작동하던 32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AI 모델이 3백만 원대 장비에서도 원활히 구동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카드사들도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AI센터’를 신설했다. 영업현장은 물론, 심사·리스크·고객 응대 등 사내 업무 전반에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대응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AI를 핵심 사업 방향으로 못박았다. 박창훈 대표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겠다”며 AI 플랫폼 고도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한카드는 이미 사내 챗봇과 상담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데이터 기반의 맞춤 서비스 확대를 준비 중이다.
우리카드도 ‘AI추진팀’을 새로 만들고 AI 전략 수립과 혁신 서비스 기획을 전담하도록 했다. 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고객 맞춤형 과제 발굴을 병행해 서비스 전반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카드는 올 초 AI·디지털 인력을 대거 충원해 관련 인력을 600명가량 보유하고 있다. 카드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전체 인력 중 4분의 1 정도가 AI 업무를 맡고 있을 정도로 현대카드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자 ‘해외모드’ 기능을 자사 앱에 도입했다. 해외에 도착하면 AI가 자동으로 현지 날씨, 환율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보유한 카드의 글로벌 혜택도 안내해준다. 여행지에 따라 필요한 정보와 혜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면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롯데카드는 AI 기반 개인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자사 앱 ‘디지로카’는 회원의 소비 패턴을 AI로 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안하는 기능을 강화 중이다. 고객이 자주 찾는 업종이나 시간대, 소비 규모 등을 기반으로 최적의 할인 카드나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하나카드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카피라이터 '카피GO'를 통해 마케팅 문구를 자동 생성하고 있다. 고객 불편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나카드 관련 언급을 수집해 전 직원에게 매일 요약본을 제공하는 '소식봇'도 사용하고 있다.
향후 AI 기술을 둘러싼 카드사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 마케팅 자동화와 고객상담봇에 그쳤던 활용 범위가 최근엔 리스크 분석, 이상 거래 탐지, 글로벌 서비스 확대 등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데이터 활용 능력과 기술 내재화 수준이 카드사들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