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으로 디지털세 철회 유도
“韓·EU 협상서 난제로 작용 중”… 캐나다 등은 이미 디지털세 철회 글로벌 무역 전선서 빅테크 보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빅테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디지털세 및 각국 규제 완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글, 애플 등 미국 테크기업에 대한 해외 세금 및 규제 조치에 대응해 무역 협상에서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하며 완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8월 1일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앞두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디지털세를 철회한 국가들도 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 테크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를 추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항의와 함께 무역 협상이 중단되자 결국 세금 도입 방침을 철회하고 협상 재개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영화·소프트웨어 등 전자 콘텐츠에 대한 관세 부과를 포기했으며, 베트남도 유사한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 유럽연합(EU), 브라질 등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자국 테크기업에 불리한 디지털세 및 규제를 주요 쟁점으로 다뤄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월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 제한 정책과 해외 콘텐츠 공급자에 대한 네트워크 사용료 부과 법안 등이 디지털 교역 장벽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에서 테크기업들과 갈등을 빚어왔지만 해외의 과세나 규제에는 단호히 대응해왔다. 트럼프 1기 당시 유럽연합(EU)이 구글 등 미국 기업에 대규모 벌금을 부과했을 때도 그는 EU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테크기업의 로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 구글 등은 해외 디지털세가 공정하지 않으며 미국 내 투자 여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해왔다. 특히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찾아 해외 정책 대응 강화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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