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에 꽂힌 네이버·카카오… 투자 전략 살펴보니
네이버와 카카오가 유망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AI 기술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사 핵심 서비스와 시너지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AI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양사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별적 접근에 무게를 두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조직 개편을 통해 AI 스타트업 투자 역량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투자 전담 조직인 ‘네이버벤처스’를 신설했다.
네이버벤처스의 첫 투자처는 엔비디아가 점찍은 AI 영상 검색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다. 이 회사는 영상 검색에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상 검색 모델 ‘마렝고’와 영상 요약 및 질의응답 모델 ‘페가수스’를 보유 중이다. 네이버의 이번 투자는 기존 챗GPT 중심의 텍스트 기반 멀티모달 검색을 넘어 ‘비정형 영상 데이터’를 다루는 차세대 기술 선점을 겨냥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의 또 다른 투자 사내 조직인 D2SF 역시 AI에 방점이 찍힌다. 올해 신규 스타트업 투자 5건 중 대다수가 AI·딥테크 영역이다. AI 물류 최적화를 목표로 한 ‘테크타카’, 게임 특화 AI 기술을 갖춘 ‘앵커노드’, 자율주행 기반 웨어러블 시스템을 연구하는 ‘웨어러블AI’, 미국 AI 광고 기술 스타트업 렘브렌드 등이 주요 투자처다. 콘텐츠, 검색, 물류 등 자사 핵심 사업영역과 연계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양축으로 투자 조직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 발굴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시리즈A 이상 성장 기업(벤처) 투자가 목표다.
특히 카카오벤처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AI 스타트업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5월에는 AI 에이전트 기반 기술을 다루는 미국 스타트업 ‘자폰’에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기술기업 에프에스투, AI 투자인텔리언스 플랫폼 링크알파 등에 투자하고 선행기술 발굴에 힘썼다.
카카오벤처스가 소규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대규모 투자를 맡는다. 대표적으로 7월에는 시리즈C 브릿지 라운드에 참여하며 퓨리오사AI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HBM 메모리를 탑재한 2세대 NPU(신경망처리장치) ‘레니게이드’를 개발한 곳이다. 퓨리오사AI는 시리즈C 브릿지 라운드에서 1700억원의 자금을 유치,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팹리스 업체 중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타의 약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인수 제안을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2021년 이후 현재까지 AI 기업에 투자한 비중은 22%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AI 테크 기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 창업 기업부터 성숙한 단계의 기술 기업까지 투자 범위를 열어놓고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감소세로 ‘선택과 집중’ 기조를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투자건수는 455건, 투자금액은 2조2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6%, 26.9% 감소했다. 2022년 51건에 달했던 네이버·카카오의 AI 스타트업 합산 투자 건수는 2023년 13건, 2024년 17건, 2025년(7월 기준) 12건으로 급감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양사의 투자 기조는 자사 사업과 연계 가능성이 높고 비용 부담이 적은 AI 응용 서비스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AI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술력이 검증된 팀을 통째로 인수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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