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법리스크 일단락, 다음 과제는 '삼성생명법'

'보험업법' 통과땐 전자 지분 5.5% 매각해야 준감위, 실효성 있는 대책 내놓을까 관심

2025-07-24     이선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최근 대법원 무죄 확정으로 마무리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특히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원, 국회 등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준감위, 지배구조 문제 본격 논의…핵심은 '생명 보유 전자 지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 상법 개정안 대응, 이 회장의 책임경영 실천 방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이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현재 지배구조는 '이물생전'으로 불린다. 이 회장이 지분 19.93%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19.34%)과 삼성전자(5.05%) 지분을 갖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1%를 추가로 보유한 구조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1.65%만 직접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다. 이 지분은 대부분 보험계약자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타인의 돈'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 금융감독원 자료

회계기준원 “정당성 없다”…법안 통과 시 강제 매각 가능성

삼성생명이 해당 지분을 취득한 시점은 1990년 이전이다. 당시 유배당 계약자들의 보험료로 매입한 지분이다. 취득원가는 5444억원에 불과하지만, 현재 시가 기준으로는 33조원이 넘는다. 삼성생명은 이 지분에 대해 '처분 계획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회계 당국은 이를 정면 비판하고 있다.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최근 열린 포럼에서 “계약자 이익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진정한 밸류업이다”라며 “현재 구조는 회계적으로도 정당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계약자 희생으로 총수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취득원가 기준 총자산 3%'에서 '시가 기준 3%'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중 5.5% 이상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

준감위 역할론 부상…“이제는 구체적 권고 나와야”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가 준법감시위원회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법 리스크는 해소됐으나 지배구조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준감위가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 존재 자체가 형식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와 주주가 원하는 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아니라 삼성이 건전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라며 “삼성은 여전히 이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1.65%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정당성 시비를 피할 수 없다”며 “이를 위해 순환출자와 우호지분, 보험사 지분 등을 동원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과거 다른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해법을 모색했듯 삼성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 회장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선언이 지배구조 개편을 미루는 명분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투자자와의 신뢰 회복,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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