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기부 장관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소버린 AI 관건”

2025-07-24     변인호 기자

“AI 데이터센터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AI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성공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습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서 열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4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방문해 주요 시설을 직접 둘러본 후 기업·협회·학계와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배 장관의 이번 각 세종 방문은 AI 3대 강국(G3) 도약 실현을 위한 첫 번째 AI 현장 행보라고 강조했다.

AI 고속도로의 시작점은 데이터센터

배 장관이 취임 후 첫 AI 관련 행보로 데이터센터를 찾은 건 AI 데이터센터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AI 고속도로 구축’의 핵심이라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후보 시절 1호 공약으로 AI G3를 제시하고 AI 고속도로 구축을 약속했다.

AI 고속도로는 대한민국 AI 대전환 성공을 위해 전국에 거점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국을 연결한 경부고속도로처럼 AI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모든 산업에 AI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배경훈 장관을 비롯해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이준희 삼성SDS 사장, 하민용 SK텔레콤 부사장,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 박성율 LG유플러스 혁신그룹장,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회장, 박윤규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 이경무 서울대 교수, 류석영 KAIST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배경훈 장관은 “우리나라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위해 기술 경쟁력, 운영 역량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가격 경쟁력과 시장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지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물량공세하는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업자(CSP)와 경쟁하기 쉽지 않은데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컴퓨팅 인프라 부분 중에서도 특히 AI 데이터센터에서 빨리 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장관은 이어 “AI 데이터센터는 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이기도 하고 스타트업도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며 “AI 데이터센터 성공이 우리나라 AI 성공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데이터센터 성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서 열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데이터센터 성장 막는 규제

이날 각 세종 투어부터 간담회까지 참석한 산업계 참석자들은 전력 계통 영향 평가, 지역주민의 민원(환경영향평가) 등 규제가 데이터센터 건립의 주요 걸림돌이라고 봤다. 전력 계통 영향 평가는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환경영향평가는 데이터센터가 지어졌을 때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한다.

문제는 이런 규제의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지어지는 속도를 늦추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와 하민용 SK텔레콤 부사장은 전력 공급에 관한 국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력수급계약(PPA) 등의 방식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하민용 SK텔레콤 부사장은 “신재생 에너지나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했을 때 전력 생산지가 사용지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고려해 전력수급계약 같은 것을 활용하면 좋겠다”며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를 지방 전력 생산지로 이동하는 유인을 제공하고 수도권 과밀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 같은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구글은 7월 15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등 미국 최대 전력망지역에 250억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해 PPA를 체결했다. 구글은 펜실베이니아에만 수력발전소 2곳에 30억달러(약 4조원)을 투자하고 20년 동안 3기가와트(GW) 규모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 용량이 보통 1GW다. 우리나라도 PPA 같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생산지에서 사용지까지 멀리 전력을 보내면서 발생하는 손실도 줄이고 기업의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균형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은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이중구조로 경쟁·협력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데이터센터도 정책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 등)과 민간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처럼 정책기관과 민간이 각각 발전을 도모해야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은행 역할의 데이터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맡아 해당 모델의 학습과 오픈소스 활용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 경우 민간 데이터센터는 다양한 AI 서비스가 개발·운영되는 것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세웅 부사장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학습용이니까 연산량과 성능이 중요한데 이 모델을 오픈소스로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서비스에 맞는 성능 지표가 필요하다”며 “카카오가 안산과 남양주, 네이버가 춘천과 세종에 데이터센터를 각각 운영하는 것처럼 지역과 거리에 따른 데이터센터 용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산량과 성능이 중요한 학습 중심 AI 데이터센터는 GPU를 활용한다면 서비스를 위한 AI 데이터센터는 국산 AI 반도체 NPU로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방문해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배경훈 장관은 “AI 육성을 위해 100조원을 투자하고 5년 내 GPU 5만장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이 있지만 이런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100조원으로도 투자가 부족할 수 있고 5만장의 GPU도 부족할 수 있으니 1년 안에 우리가 얼마나 빠르고 충분하게 학계와 산업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마중물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장관은 이어 “취임하고 거의 매일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다녔지만 오늘은 입던 대로 입고 운동화를 신고 왔다”며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AI 문제만큼은 굉장히 유연하고 신속하게 접근하고 빠르게 고민해서 AI 강국이 되기 위한 기반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박윤규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제2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공공부문 AI 전환(AX)를 위해 민간 수요 창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박윤규 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을 지냈다.

박윤규 원장은 “AI 시대에 맞게 AI 인프라 구축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같은 걸 국회와 협력해 신속히 제정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우리가 힘을 모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며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넘어갈 때 기본법이 만들어지고 분야별 특별법이 나온 것처럼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렵던 법과 제도가 정비돼 AI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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