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올라 불안한 美 주식… 대안은 이것” [ETF 리더 ⑧]
[인터뷰]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미국 주식은 급락 리스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강세장’입니다.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가에 오르며 고점을 경신하는 지금, ‘프로텍티브 풋(Protective Put)’ 전략이 빛날 수 있는 시점이죠.”
‘절대 돈을 잃지 마라’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첫 번째 투자 원칙이다.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다. 투자의 대가가 강조할 정도로 손실 회피는 투자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괴로움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안정 투자’만 고수하는 건 곤란하다. 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자본축적기는 짧아지고 인출기는 늘어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예금 수준의 수익률을 좇다가는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 중간 단계의 전략이 필요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변동성이라는 ‘시한폭탄’을 제거해 합리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거두면서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중위험·중수익 전략은 자본 축적 및 인출 관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확신했다.
이는 현실적인 요인이 크다. 혁신 성장의 중심에 있는 미국 기술주를 투자해야 하나 그러기에는 변동성이 커 손실에 따른 심리적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상실감이 투자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2일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프로텍티브 풋(Protective Put) 복제 전략을 통해 미국 기술주 대표 종목에 집중 투자하며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손실은 피하는 상품이다. 옵션을 직접 매수하지 않고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해 옵션 효과를 복제하는 이른바 ‘델타헤지(Delta Hedge)’ 기법을 활용했다.
복잡한 상품 구조에 대해 이 본부장은 "자동 위험 관리 기능이 탑재된 상품이라고 쉽게 이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KIWOOM ETF의 ‘컬러’로 삼겠다고도 했다. ETF 전략 등을 자세히 듣기 위해 이 본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프로텍티브 풋 ETF를 출시한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적 문제, 사회적 불안 요소 등을 감안했을 때 투자자들이 편안하고 안심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우리나라 연금시장은 고위험·고수익 및 원리금 보장형 상품 2개로 극단적으로 나뉘는데 중간 역할을 할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위험·중수익 ETF하면 KIWOOM을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도 고려했다.”
ㅡ 프로텍티브 풋 전략이 정확히 무엇인가? 간단히 설명해 달라.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가 특정 행사가 아래로 하락할 경우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특정 시점에 팔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하는 방식의 옵션 투자 전략을 말한다. ‘하락 위험은 최소화’하고 ‘상승 기회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보면 된다.”
ㅡ 연금처럼 보수적 운용이 우선인 투자자에게 필요할 거 같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트레이딩(단기 매매) 하는 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원리금 보장형으로 투자하는 이들은 금융투자업에 대한 불신이 커 보수적으로 운용한다.
보수적 운용의 가장 큰 문제는 노후 자금을 준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연금 시스템이 잘 작동하려면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필요하다. 프로텍티브 풋 전략은 방어에 초점을 둔 보수적인 전략으로 꼽혀 시작점으로 굉장히 좋다.”
ㅡ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 프로텍티브 풋의 경쟁력은?
“과거 중위험·중수익의 대표 상품은 ELS(주가연계증권)였다. ELS의 풋옵션 구조는 나쁘지 않았으나 만기가 있어 항상 문제 돼 왔고 결국 고위험·중수익 상품이 됐다. 이를 대체할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필요한데 프로텍티브 풋이 할 수 있다고 본다. 주식 투자는 하락 리스크를 컨트롤하는 게 제일 어렵다. 그걸 컨트롤 할 수 있으면 수익률을 높이는 건 쉬운 일이다.”
ㅡ 기초자산이 미국 테크주인데, 미국 주식은 장기 우상향 아닌가?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해도 될 거 같은데?
“미국 주식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점엔 동의한다. 다만 중간중간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급락장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주식을 역사적으로 보면 상승장이 70%였고 30%는 하락 후 조정장이었다. 항상 불안한 강세장이다. 불확실성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으나 결국 터지기 마련이다. 시한폭탄과 비슷하다.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ㅡ 심리적 안정에 필요한 안전장치인건가?
“미국테크100의 장기 수익률이 높다는 건 역사적으로 증명돼 있으나 살다 보면 여러 사정으로 중간에 돈을 빼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갑자기 급락하면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고 그러면 실생활도 힘들어진다. 투자에 안전장치를 구축해 놓으면 삶이 안정적일 수 있다. 안전장치로 인해 수익률이 감소하는 점보다 안전장치가 주는 심리적 이득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ㅡ 그래서 ‘프로텍티브 전략’이라는 것인가?
“기술주는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주식 투자 성과는 기술 혁신에 따른 기업의 성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다.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는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고위험‧고수익 기술 성장주에 안전장치를 붙여 S&P500 등 일반적인 주가지수 투자와 비교해 수익률이 크게 다르지 않고 변동성 측면에서는 더 낫다.”
ㅡ 수익률과 변동성은 어느 정도인가?
“S&P500과 비교하면 연평균 기대 수익률은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가 9.8%, S&P500 TR(분배금 재투자) 10.6%로 거의 비슷하지만 샤프지수(위험 대비 수익률, 수익률/변동성)는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가 0.85, S&P500 TR이 0.52로 월등히 앞선다.”
ㅡ 델타헤지 기법을 사용했다고 하던데 쉽게 설명해 달라.
“델타헤지란 옵션을 직접 매수하지 않고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옵션 효과를 복제하는 기법이다. 그냥 ‘자동 위험 관리 기능’이 탑재돼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기술주는 변동성이 커 컨트롤하려면 분산 매수하고 적절한 시점에 익절도 해야 하는데 관리를 대신해 주는 것이다.”
ㅡ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커버드콜 ETF 같은 상품도 있는데?
“커버드 콜 ETF와 프로텍티브 풋 ETF는 역할이 다르다. 상호 보완이지 비교할 수 있는 상품군은 아니다. 커버드 콜은 주기적으로 현금흐름이 필요한 이들에게 의미 있는 상품이고 프로텍티브 풋은 제한된 범위에서 우상향하는 자산을 만들어야 하는 이들에게 중요하다.”
ㅡ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외면할 거 같은데 예상 타겟층은 누군가?
“투자에 열정을 가지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이들도 많지만 투자 말고 생업에 열정을 가지면서 살아가는 이들도 엄청 많다. 개인적으로 ‘샤이한 보수적 투자자’라고 칭하는데 지금 ETF 시장에서 공격적인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모두 고위험·고수익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적당한 위험과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찾는 이들을 위한 상품은 많지 않다. 생업이 바빠 매매를 빈번하게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투자 집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ETF라고 생각하면 된다.”
ㅡ 상승 구간에서의 수익 효과와 하락 구간에서의 방어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정식으로 옵션을 쓰는 게 아니라서 특정 숫자를 얘기할 수 없으나 시뮬레이션 통계치 기반으로 말한다면 주가 하락시 월간 기준 평균 -3%에서 -4% 수준의 방어 효과가 있다. 나스닥100이 10~11% 하락할 때 3~4% 하락한다는 얘기다. 대신 나스닥100이 10% 오르면 7% 상승한다.”
ㅡ 단기 투자 용도로는 어떠한가?
“프로텍티브 풋 ETF는 장기 투자 수단으로도 좋지만 상황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트레이딩으로도 쓸 수 있다. 지금 고점 경신하고 실적 발표 전 구간이지 않나? 불확실한 상황일 때 프로텍티브 풋 ETF로 롱(매수)하다가 실적 발표 후 분위기가 좋으면 프로텍티브 풋을 청산하고 기업 실적이 나빠서 급락하면 프로텍티브 풋 ETF를 보유해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 장기 투자든 트레이딩이든 다 가능하다는 얘기다.”
ㅡ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어떠한가. 일반 주식보다는 부담이 덜할 것 같다.
“지금 미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가다. 고점을 경신했다. 지금 (지수 추종 ETF로) 들어가면 상투(고점)를 잡을 수 있다.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 일단 프로텍티브 풋 전략 ETF를 사 놓고 기다리면 된다. 그럼 강세장이 찾아온다. 지금 시점이 투자하기 가장 좋다.”
ㅡ 키움투자산운용으로 이직한 지 4개월 지났다. 이 기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금융당국에서 이번 ETF 상품을 면밀히 검토했던 게 기억이 난다. 국내 최초로 델타헤지라는 기법을 써서 옵션복제를 하는 상품이라 그런 것 같다. 검토 기간은 통상 2주일 정도 걸리는데 저희는 한 달 반 걸렸다. 옵션복제가 되는지, 옵션전략의 효과 등을 물었고 이를 소명하고 설득했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상품의 리스크를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오히려 미국 시장이 고점일 때 상장할 수 있게 돼 타이밍상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ㅡ ETF 점유율이 2%대인데 점유율 확대 방안은 있나?
“점유율보다는 투자자의 신뢰와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IWOOM ETF가 지향하는 건 테마형 고위험·고수익 상품이 아니다. 자동 위험 관리를 적용해 투자자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걸 지향한다. 그게 신뢰다. 투자자들이 불신하면 상품을 팔리지 않는다. 타사가 갖고 있는 고객을 뺏어오기보단 새롭게 들어오는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타사 상품을 베끼는 건 지양할 거다.”
ㅡ 키움운용만의 ETF 운용 철학이 있다면?
“투자자 라이프다. 우리나라는 지금 자본축적기 짧아지고 인출기는 늘어난 불안‧불행이 가득한 상황에 놓였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투자자 신뢰를 얻을 거다. 그러면 키움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ㅡ 키움운용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의미 있는 상품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이스크림 맛을 고르듯이 투자자들이 국면 및 상황에 맞게 상품을 고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거다. ETF 비즈니스의 핵심은 상품의 정체성이다. 상품이 하나밖에 없다는 건 아직 정체성을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와 같다. 라인업 구축을 통해 ETF 정체성을 만들고자 한다.”
☞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2006년 삼성자산운용 ETF 논문 공모전에서 2위로 입상하며 ETF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9월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으로 입사해 2022년 6월까지 ETF부문을 담당했다. 2022년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전략ETF운용본부장을 맡았다. 2025년 3월 키움투자자산운용에 합류해 ETF운용본부장으로서 ETF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