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 말걸”…테슬라, 2022년 비트코인 손절로 5조원 수익 기회 날려

비트코인 6배 오를 때 팔아버린 머스크 전기차 실적 부진 속 유동성 판단, ‘기회비용 논란’ 커져

2025-07-25     원재연 기자

3년 전 비트코인을 대량 처분한 테슬라가 최근 시세 급등으로 수조원대 수익 기회를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가상자산 겨울’에 내린 조기 매도 판단이 최근 본업 부진과 맞물리며 아쉬운 결정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슬라는 지난 23일(현지시각) 공개한 올해 2분기 실적 자료를 통해, 6월 말 기준 12억35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상당의 디지털 자산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비트코인 시세 변동에 따라 약 2억8400만달러(약 3900억원)의 평가이익이 이번 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테슬라 2분기 전체 순이익(11억7200만달러)의 약 24.3%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현재 보유분’이 아닌 ‘이미 팔아버린 비트코인’에 쏠리고 있다. 테슬라는 2021년 2월 비트코인의 장기 잠재력을 언급하며 15억달러어치를 매입했지만, 이 중 75%를 2022년 2분기 ‘저점’에서 처분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약 1만7700달러 수준으로, 시장은 테슬라가 손실을 감수한 매도를 단행한 것으로 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당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비트코인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2025년 6월 말 기준 비트코인은 10만7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고, 7월 들어서는 12만달러 선을 돌파했다. 매도 당시와 비교하면 약 6배 상승한 셈이다.

미국 CNBC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했다면 현재 그 가치는 약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며 “2022년 현금화한 9억3600만달러 상당의 물량만 놓고 봐도 현재 시세로는 약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3년 전 결정한 비트코인 매도는 단순한 투자 판단을 넘어, 최근 실적 부진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든 38만4000대를 기록했고, 자동차 부문 매출은 167억달러로 16% 감소했다. 전체 매출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올해 누적 주가 하락률은 25%로, 대형 기술주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한편 머스크는 2022년 3월,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도 직전까지도 “나는 여전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을 소유하고 있으며,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그는 비트코인 관련 발언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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