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발 ‘AI 인력 대이동’… 이직 이유 “돈만은 아니야”

조직 비전과 발전 가능성 주목… 국제 정세도 영향 미쳐 세계 최대 수준의 GPU 인프라 ‘무제한 접근’도 매력적

2025-07-27     권용만 기자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업계가 대대적인 인재 지각변동에 휩싸였다. 메타(Meta)가 ‘초지능 연구소(MSL: Meta Superintelligence Lab) 설립을 공식화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하면서 변화가 본격화됐다. 스타트업은 물론, 구글과 애플 등 선망의 ‘빅테크’ 기업들에서도 핵심 인재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이번 인력 이동이 본격적인 패권 변화의 시작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인재 이동에서 가장 화두가 된 것은 인재 영입을 위한 과감한 ‘투자’다. 메타는 인재 영입을 위해 최대 2억달러(약 2756억원)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SL을 이끄는 스케일AI의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영입하기 위해 메타는 스케일AI에 143억달러(약 9조7111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업계의 우수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유에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우수 연구원들이 자리를 옮기는 데는 돈보다는 연구 여건과 미래 성장성 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뉴스1

초지능 연구소, 메타가 만든 AI 업계의 드림팀 

메타는 지난 6월 30일 전 직원에 발송한 사내 메모를 통해 ‘초지능 연구소’ 설립을 공식화하고, 범용 인공지능(AGI)를 넘어 ‘초지능(Superintelligence)’에 대한 도전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메타의 MSL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만 해도 가히 ‘드림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MSL로 시작된 인재 이동의 파급력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조차도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을 정도다.

메타의 MSL은 시작부터 화려하다. 수장은 스케일AI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이 맡았고, 깃허브 CEO를 지낸 냇 프리드먼이 AI 제품 개발을 담당한다. 오픈AI 출신 인력도 대거 영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애플에서도 애플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총괄한 루밍 팡 등 AI 핵심 인재들이 메타로 넘어갔다. AI 스타트업 ‘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SSI)’의 CEO 대니얼 그로스도 메타의 MSL에 합류를 결정했다. AI 음성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플레이AI(PlayAI)’도 최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연구자들에 있어 메타의 MSL은 파격적인 ‘금액’ 이상의 의미라고 분석한다. 물론 메타는 MSL을 이끌 핵심 인력들에 업계의 통상적인 기대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제안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핵심 인력들이 이동을 결정한 데는 단순히 제시한 조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특히 연구자들은 단지 제안된 금액 조건만 보고 움직이지 않으며, 조직의 비전과 연구 여건, 조직의 비전과 커리어에 대한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한다. 금액 조건이 좋아도 이동 이후의 커리어에 오점이 생긴다면 가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 

이런 부분에서 메타의 과감한 투자의 시작은 MSL 조직의 수장을 통해 미래 발전에 대한 가능성을 명확히 한 것에서부터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높은 명성을 가진 수장과 목표하는 비전이 있고, 메타라는 확실한 투자처가 있다. 연구 활동에 대한 유연한 권한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GPU 인프라 등 연구 여건에서도 돋보인다. 특히 메타는 현재까지 세계 최대 수준인 약 60만대 수준의 GPU 인프라에 대한 ‘무제한 접근’이 제공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이러한 인재 영입 경쟁에 나선 것은 메타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제미나이 어시스턴트’를 개발한 아마르 수브라마냐 전 구글 딥마인드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감원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인재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점도 흥미롭다. 구글 또한 AI 코드 생성 스타트업 ‘윈드서프’의 핵심 인재와 라이선스 권한 확보에 약 24억달러(약 3조306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윈드서프’는 오픈AI와의 인수 협상이 결렬된 뒤 구글이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코그니션(Cognition)이 주요 자산과 인재 등을 인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메타 본사 / 메타

글로벌 AI 인재 구도, 미국 중심 구도에 변화

전 세계 정보통신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여러 가지 이유로 글로벌 AI 인재 흐름이 재편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글로벌 AI 인재 흐름’ 보고서에서는 최근의 추이에 대해 “미국은 여전히 중심지지만 유럽, 일본, UAE등 중견국들에도 전략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미국은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에는 3만2000명 이상의 해외 인재가 순유입됐다. 2025년 기준 약 48만8000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전체 미국 AI 인력의 7% 정도에 해당된다. 이들 중 다수가 미국의 테크 기업에 종사하며 전체 AI 관련 직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컴퓨터과학 및 수학 박사 학위자의 55%는 외국인 출신이고, 이 중 약 75%가 중국 또는 인도 국적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MSL에서도 인력 절반 가량이 서방에서 공부한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채용 둔화나 글로벌 이동성 저하, 이민 정책 강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미국의 AI 인재 유입은 지난 2년간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출입국과 비자 발급 정책 기조의 변화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2026년 예산안이 시행될 겅우 미국 대학 연구 자금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과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예산이 각각 56%, 40% 삭감될 전망이라, AI 기초 연구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인재 유입이 이민 정책과 연구 자금 변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미국의 연구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AI 중견국들이 본격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면서 글로벌 인재 이동 구도도 재편될 계기를 맞고 있다. 유럽연합(EU)이나 영국, 호주,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이 미국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AI 인재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은 외국인 연구자 유치에 향후 2년간 약 5억8500만달러(약 8067억원)를, 프랑스는 미국의 연구자를 유치하는 데 1억달러(약 1379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