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 [새책]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소비자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방법
나의 소비자 조정 분쟁기
변웅재 지음 | 안타레스 | 264쪽 | 1만7600원
전자상거래부터 의료, 금융, AI까지 우리 삶 곳곳에서 터지는 소비자 분쟁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변웅재 변호사는 ‘소비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오랜 실무 경험으로 답한다. 그가 쓴 ‘나의 소비자 조정 분쟁기’는 소비자 권리를 둘러싼 갈등의 현장에서 그가 경험하며 관찰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은 소비자 분쟁을 단순한 사적 갈등이 아닌, 공적 책임의 문제로 바라본다. 저자는 소비 행위를 경제적 거래에 국한하지 않는다. “소비는 일상 그 자체이며, 소비자 분쟁은 바로 그 일상을 지키려는 간절한 외침”이라고 말한다. 제품 하자, 서비스 거부, 환불 분쟁, 플랫폼 책임 회피 등 복합적인 상황을 조정하며 느낀 점은 하나다. 조정이란 단순히 수치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감정을 다독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사회적 기술이라는 것.
저자는 소비자를 “보호받아야 할 객체가 아니라,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정의한다. 그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소비자이기에 소비자 주권은 곧 국민 주권”이라며 우리 사회가 소비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건강성과 민주성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번 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저자가 한국소비자원에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이끌며 경험했던 여러 소비자 분쟁들을 범주별로 나눠 구성했다. 총 6장에 걸쳐 전자상거래, 서비스, 의료, 금융, 집단 분쟁, 그리고 AI·플랫폼·고령화·기후 위기 등 새로운 시대의 이슈까지 아우른다. 특히 각 장에는 소비자·사업자·정부 각각을 위한 조언이 실려 있다. 실무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예컨대 1장 ‘전자상거래 분쟁’에서는 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판매자나 플랫폼을 맹신하지 말고 신중히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사업자에게는 “청약철회 예외를 주장하려면 그에 맞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과 규제 조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전자상거래 외에도 의료 과실, 금융상품 피해, 집단 분쟁 등 실제 조정 사례들이 풍부하게 소개된다.
책은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 회피, 고령 사회에서의 소비자 보호, AI 시대의 분쟁 양상 등 새로운 쟁점도 놓치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어떻게 재정립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길잡이가 된다.
‘나의 소비자 조정 분쟁기’는 법과 정책 너머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다. 소비자 권리를 둘러싼 싸움이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