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역대급 실적 불구 주가 와르르… 하반기 전망 어떻길래
KB –7%, 신한 -6%, 하나 –9% 주가 줄줄이 급락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성장 우려 악재로 작용한 듯
한 동안 승승장구하던 은행주가 뚝 떨어졌다. 역대급 실적 및 주주환원 확대 등을 발표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거란 기대가 높았지만, 외국인 ‘팔자’ 행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주주환원율 확대 의구심 등이 투자 심리를 악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주요 은행 10개 담고 있는 KRX 은행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7% 떨어진 1194.43으로 장을 마쳤다. KRX 은행이 하루 5.5% 이상 하락한 것은 4월 이후 석 달 만이다. 하나금융지주의 하락 폭이 –8.86%로 가장 컸다. KB금융 –6.99%, 신한지주 –5.62%, 우리금융지주 –3.52%, 기업은행 –4.28% 등 나머지 종목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은행주 10개 종목에 대해 53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7월 전체를 놓고 보면 4833억원에 달한다. 5·6월 두 달 연속 ‘사자’에서 팔자로 전환한거라 충격은 더하다. 이날 기관도 527억원 팔아치웠고 개인은 1068억원 사들였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과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24~25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들의 순이익은 10조3254억원으로 전년동기(9조3456억원) 대비 10.5%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10조원을 넘겼다. KB·신한·하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업은행도 1조5021억원의 손익을 올리며 반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급락한 건 하반기부터 실적 둔화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 수입원인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게 크다. 정부는 ‘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으로 제한, 신용대출 한도 연소득 이내 등의 내용을 발표한 데 이어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에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축소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5대 은행은 목표치를 7조2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으로 줄였다.
금리 하락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악재다.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82%로 1년 전(1.86%)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말 1.96%를 기록한 이후 지속 내리막이다. 10일 열린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충당금 적립에 따른 손익 악화 우려도 크다. 6월 말 기준 4대 금융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총 2조12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7% 늘었는데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화,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확대 등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주담대 연체율(0.32%)보다 0.6%포인트 더 높았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주는 가계대출에서 오는 이자수익이 컸었는데 대통령이 ‘이자 장사’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게 주가 하락에 어느 정도 반영된 거 같다”며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해 대출 규모가 억제될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점도 악재다. 정부는 은행권에 가계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 등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위험가중치가 커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산정 근거로 활용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협회들과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올라가는 점도 부담이다. 원화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위험자산이 증가해 CET 1 비율을 떨어트릴 수 있고 2분기 호실적 배경 중 하나였던 외화환산이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 28일 원화 환율은 장중 1384.5원까지 치솟으며 2주일째 1400선에 근접한 수준을 이어갔다. 메리츠증권은 환율이 하반기 1340~1420원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증권가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자이익 감소로 성장률 자체가 기존보다 둔화될 수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 요인이 없다고 할 순 없으나 기업대출이 늘고 있어 전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기업대출 부문에 있어 (정부가) RWA 가중치를 낮춰주면 기업대출이 늘어도 CET1 비율은 안 떨어진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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