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낮췄더니 쪼그라든 이익… 카드사 진퇴양난 

상반기 평균 연체율 1.42%, 0.19%p 내렸더니 순익 18% 감소

2025-07-30     전대현 기자

카드사들이 상반기 연체율을 일제히 낮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만큼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은 악화했다. 고금리·고물가로 늘어난 연체를 부실채권 상·매각으로 장부상 건전성은 회복했지만, 대손비용이 커지면서 실적을 갉아먹은 셈이다. 

카드사들이 상반기 연체율을 일제히 낮췄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전업카드사 6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올 상반기 연체율 평균은 1.42%로 전분기보다 0.19%포인트 낮아졌다.

카드사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하나카드 1.96% ▲우리카드 1.83% ▲신한카드 1.50% ▲국민카드 1.40% ▲삼성카드 0.98% ▲현대카드 0.84%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연체율이 떨어진 곳은 국민카드다. 지난 1분기 1.61%에서 1.40%로 0.21%포인트(p) 하락했다. 이어 하나카드 0.19%p, 신한카드 0.11%p, 삼성·현대카드 0.05%p, 우리카드 0.04%p씩 개선됐다.

다만, 이번 연체율 하락이 실질적인 건전성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표면적으로는 연체 채권이 줄었지만, 어디까지나 장부상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카드빚을 갚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부실채권을 외부로 넘기거나 상각 처리해 연체율 수치를 떨어뜨린 셈이다. 추가 연체율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부실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카드사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가령 연체된 대출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면 원금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금액을 회수할 수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연체 기간이 길고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채권은 아예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회계상 전액을 손실로 처리하는 ‘상각’ 방식으로 정리하게 된다. 해당 금액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7966억원의 부실채권 중 4630억원을 손실로 인식해 상각 처리했다. 지난해 상반기 상각액 3950억원 대비 17.2% 늘었다. KB국민카드 상반기 전체 부실채권 상·매각액은 7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3597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상각액 규모는 3014억원으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다.

삼성카드도 상반기 4830억원을 상각처리했다. 삼성카드는 부실채권 매각 대신 상각 후 자체 회수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상각채권 잔고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카드 상각채권 잔고는 3조3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200억원 대비 3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상각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카드사들도 연체율 하락 추이를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의 정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액이 늘어나자 카드사 순익도 크게 하락했다. 올 상반기 6개 카드사의 당기순익 합계는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622억원 대비 18.1% 감소했다.

문제는 하반기 업권 상황이 안좋다는 점이다. 지난 6월 27일부터 카드론이 총부재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고위험 차주 대상 대출이 어려워진데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본업 수익성도 더욱 하락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권은 올해 초 정부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추가 인하하면서 올해에만 순익이 24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로 카드론 수익 확대도 어려워졌다. DSR 3단계로 카드론은 금액과 무관하게 신규 취급 시 곧바로 스트레스 금리 1.5%가 적용된다.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카드론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취급하던 카드론도 연체율, DSR규제로 더이상 확대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사실상 수익을 보전하는 방법이 비용효율화밖에 없어 무이자할부 등 소비자 혜택도 자연스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