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LLM 보유”… ‘K-AI 사업’서 약진하는 벤처·스타트업은
한국형 인공지능(AI)을 책임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자 선발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보유한 벤처·스타트업의 약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이들 기업이 1차 관문을 통과한 후, 발표 평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서면 평가 결과 ▲네이버클라우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업스테이지 ▲SK텔레콤(이하 SKT) ▲NC AI ▲LG AI연구원 ▲카카오 ▲KT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10곳이 1차 선정됐다.
30일 기술 증명 및 발표 단계를 앞둔 해당 사업은 대형 IT 기업들의 각축전이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견 및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구성한 컨소시엄도 약진하며 이들을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한국어 특화 LLM 개발 기업이다. 최근에는 버티컬 AI 분야에 집중하며 대법원, 한림의료원 등 전문 분야의 LLM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공개된 추론형 모델 통합 LLM ‘ENT-11’은 작문, 코딩 등 항목에서 딥시크 ‘R1’ 모델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에는 AI 언어 데이터 전문기업 플리토도 합류했다. 플리토는 데이터 분야를 담당할 예정이다. 업스테이지는 양질의 AI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공유 플랫폼 ‘1T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AI 모델은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빅테크 모델을 앞서가는 등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는 평가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AI 인프라 기업 모레의 자회사다. 엔비디아 중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시장에서 모레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또한 자체 구축한 소형언어모델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컨소시엄 주관사는 아니지만, 자체 LLM을 보유한 솔트룩스도 KT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AI 전문 기업 워트인텔리전스가 지난주 발표한 ‘2025 국내 AI 기업 기술 경쟁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솔트룩스는 최근 10년간 AI 관련 특허 출원·등록 건수 기준으로 네이버, LG AI연구원, SKT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중견 AI 기업 중에서는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이들 스타트업이 최종 2개팀에 포함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현재로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활용 도메인(영역)이 불분명하며, ‘국민 AI 접근성 제고’라는 광범위한 목표만 제시됐기 때문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스타트업이 국가 AI 사업에 참가할 정도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 비주류 기업이 주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AI의 경우 ‘쉬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 AI 모델의 개발 목적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평가 시 기업 규모를 나눠서 평가해야 한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 주관 컨소시엄들도 이미 자체 AI 기술과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스타트업들도) 국가가 마중물을 마련해 주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참가한 것”이라며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AI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업을 뽑는 게 맞기 때문에, 목표 달성 계획이나 의지를 평가에 반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한편, 오는 30일과 31일 PT 발표 평가를 거쳐 다음 달 4일과 5일 해당 사업의 최종 5개 팀 선발이 이뤄진다. 이후 정부는 6개월 단위로 1개씩 탈락시켜 사업 기간인 2027년까지 최종 2개 팀을 남긴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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