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데이터 못 준다"…통신 3사 요금제에 묶인 소비자 권리 어쩌나
잔여 데이터 선물·이월 제한 ‘여전’… 국정기획위 발표 ‘촉각’
#7만원에 가까운 LG유플러스 5세대(5G) 요금제를 쓰는 직장인 A씨는 매달 95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다. 매달 최소 20GB 이상이 남는데, 지인에게 보낼 수 있는 데이터는 2GB에 불과하다. 가족에게도 4GB까지만 가능해 대부분의 데이터는 소멸된다.
#SK텔레콤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50대 직장인 B씨도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다. 그는 ‘T가족모아데이터’를 통해 딸에게 매달 60GB의 데이터를 나눠줬는데, 스마트폰을 교체하며 딸의 요금제가 LTE에서 5G로 바뀌자 해당 기능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요금제에 따라 데이터 공유 기능이 달라지는 데다, 5G로 갈수록 제약이 커진 것이다. 결국 그의 딸은 좀 더 비싼 5G 요금제로 바꿨다.
매달 남는 데이터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주거나 이월하고 싶어도, 이통사 정책에 막혀 실질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관련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데이터 이월과 선물 기능에 각종 제한을 두고 있다. 그나마 데이터 이월이 가능한 곳은 KT뿐이다. 이마저도 일부 요금제(LTE 베이직·Y베이직, 5G 슬림(이월) 요금제 등)에만 적용되며 대부분 요금제는 이월이 막혔다.
데이터를 가족·지인에게 선물하는 기능도 사실상 제한적이다. LG유플러스는 월 10만5000원짜리 ‘5G 프리미어 플러스’ 요금제 이용자에게도 가족 전송은 4GB, 지인은 2GB까지만 허용한다. 더 비싼 ‘5G 시그니처’(13만원)와 ‘프리미어 슈퍼’(11만5000원) 요금제 이용자도 각각 60GB, 50GB까지만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 공유받을 수 있는 요금제도 일부로 제한됐다.
KT는 ‘패밀리박스’ 등을 통해 자사 5G·LTE 고객이 가족·지인에게 월 최대 2GB만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합상품 가입자에 한해서다.
SK텔레콤도 ‘T끼리 데이터 선물하기’를 통해 월 최대 2GB까지 공유가 가능하다. ‘T가족모아데이터’를 통해 가족끼리 80GB까지 나눌 수 있으나, 이 서비스는 현재 5G 요금제 가입자는 이용할 수 없다.
이같은 제한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에서 개선 논의가 진행된 배경이다. 2022년 21대 국회 당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남은 데이터를 이월하고 타 통신사 가입자에게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해당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잔여 데이터 이월 또는 선물하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 국정기획위원회는 다음 달 해당 공약을 구체화한 이행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통신업계는 “요금제 설계와 네트워크 트래픽 안정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는 반발한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은 “데이터 이월과 선물은 부족한 데이터 제공량에 대한 소비자의 자구책이다”라며 “지금은 가격 대비 적정 데이터 제공 요금제가 거의 없다. 정부 정책은 이용자 후생 증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