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T 쓰니 학생들이 변했다”… AIDT 유지 위해 나선 교사들
한국교과서협회, ‘AI 디지털교과서(AIDT) 시연 및 토론회’ 개최
“교사 생활 20년간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학생이 대부분인 학교도 가봤고,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학생이 많은 학교도 가봤다. 지역별로 격차가 심한 학교들을 겪으며, 공교육에서 이들에게 최선의 경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별 수준과 속도에 맞는 교육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김현아 경일초등학교 교장은 30일 한국교과서협회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AI 디지털교과서(AIDT) 시연 및 토론회’에서 “(AIDT를 통해)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평등한 교육이 실현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실제 수업 시연을 통해 AIDT의 교수·학습 효과를 체감하고 AI 기반 미래 교육의 방향성과 정책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학부모 단체, 교원 단체 및 현장 교사, 대학교수, 에듀테크 기업 및 발행사 관계자, 교육 전문가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1부에서는 과목별 AIDT 수업 시연이 진행됐다. 이날 ‘AIDT와 함께하는 학교 현장의 미래 설계’를 주제로 발표한 김현아 교장은 AIDT 영어 수업을 실제 진행한 학급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감정 표현이 서툴거나 한글을 떼지 못한 아이들도 AIDT를 활용하니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졌다”며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됐고,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신목중학교 교사들은 직접 AIDT를 활용한 수학·정보 수업을 빠른·느린 학습자 수준으로 재구성해 선보이며, 실제 수업에서의 반응과 개선점을 공유했다. 이들은 “(AIDT를 활용하며) 빠른 학습자와 느린 학습자가 누구인지,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워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교사가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수업 전에 (AIDT로) 학생들의 현재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이들을 격려한 다음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져 낙오되는 학생도 줄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현장에서의 적용 사례와 AIDT가 학습권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사례도 발표됐다. 청각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한지후 에바다학교 교사는 ‘모두를 위한 AIDT’라는 발표를 통해 “청각 장애 학생들은 듣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걸 내가 왜 배워야 하나’라는 문제에서부터 접근해, 수업에 교사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AIDT를 통해 맞춤형으로 학습 자료를 제공하니 학생들이 자신감을 느끼게 됐고, ‘나는 못 해’라는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국교과서협회와 AIDT 발행사가 전국 초·중·고 교원 1152명을 대상으로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AIDT 효용성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AIDT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교사의 75% 이상이 “효용성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반면, AIDT를 사용해보지 않은 교사의 경우 대다수 항목에서 40% 이하의 긍정 응답 결과나 나타났다.
정혜경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미사용 교사들은 AIDT를 사용하기도 전에 이미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새 정부는 ‘AI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기개발된 AIDT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학부모 대표, 현장 교사, 시연자, 교원 단체 관계자, 대학교수, 발행사 등이 참여해 AIDT의 장단점 분석과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AIDT가 단순한 기술 기반 콘텐츠가 아닌, 교과 연계와 교육 본질을 함께 담은 플랫폼이라는 점에 공감하며, 장애 학생·소외 지역 학생 등 교육 소외 계층에 대한 접근성 확보와 교사 연수 및 지원 체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상윤 대한민국교원조합 위원장은 “학생들이 AIDT를 통해 공부에 중독된다 하면 반대할 사람이 있겠냐”며 “디지털 접근성에서 격차가 있는 아이들에게 공교육을 통해 디지털 접근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하루아침에 (교육 정책이) 바뀌는 경우는 처음 봐 학부모로서 자괴감이 든다”며 “전 정부는 학교와의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최소한 사용 중인 교사와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AIDT의 법적 지위가 ‘교과자료’로 격하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설문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AIDT를 교과서 수준으로 검정하지 않으면 오류가 많은 AIDT가 사용될 수 있고,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설명이다.
박지영 천재교과서 부문장은 “AIDT는 서책교과서에 비해 수정 보완이 용이하다”며 “교사와 학생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협회는 이번 토론회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교육 정책 개선 제안서를 마련하고, 교과서 발행사 및 교육 당국과의 협의체 내 논의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