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탈출, PC에서 즐기는 AI… 활용도 높이는 SW [AI PC ④]
운영체제부터 앱까지, 로컬에서 쓰는 AI 기술 확장 중
올해 PC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AI PC’로의 전환을 완성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 수준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준비가 됐다 해도, 소프트웨어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현재 주목받고 있는 AI 모델이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상당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 AI PC가 갖춘 하드웨어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AI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야 해, 보안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도 점차 바뀌고 있다. AI PC 하드웨어의 보급과 함께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에도 AI 기반 기능들이 적극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사들도 최신 AI 모델들을 AI PC 환경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제작사 지원은 물론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원과 직접 개발에 나서기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PC 제조사들도 이러한 지원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자체적인 앱 개발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AI 시대 PC를 쓰는 방법도 자연스레 바뀌고 있다.
윈도11, ‘코파일럿+ PC’ 이후 AI 기능 본격 도입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기본 기능은 생태계 전반에서의 기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1 24H2 이후 보여주고 있는 변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윈도11 24H2의 일반 배포는 2024년 10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2024년 5월 ‘코파일럿+ PC’ 발표 이후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디바이스들에 사전 탑재된 바 있다. 그리고 인텔과 AMD 프로세서 기반의 ‘코파일럿+ PC’는 지난 4월 이미지 생성과 라이브 캡션 기능이, 5월 업데이트에서 ‘리콜’ 기능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현재 윈도의 AI 관련 기능은 최신 ‘윈도11 24H2’ 버전 위주로 제공되고 있고, ‘코파일럿+ PC’ 유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다르다. 코파일럿+ PC에서는 ‘리콜’이나 ‘클릭 투 두’, 그림판과 포토 앱에서 이미지 생성과 리스타일 기능 등을 NPU를 사용해 온디바이스 기반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코파일럿+ PC가 아니더라도 그림판에서 이미지 생성이나 배경 제거, 메모장의 코파일럿 지원 기능 등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다. 윈도의 코파일럿 앱도 현재는 클라우드 기반이다.
코파일럿+ PC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리콜’ 기능은 사용자가 PC를 사용하는 동안 몇 초에 한 번씩 화면을 캡처하고 AI로 분석해, 작업 내용을 검색 가능한 정보로 저장한다. 이후 사용자가 언제 어떤 작업을 했는지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일부 단서만 가지고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한다. 이 리콜 기능은 출시 초기부터 개인 정보와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실제 일반 배포가 늦어졌고, 일반 배포 초기만 해도 유럽 지역에서는 비활성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22일(현지시각) 발표된 윈도 24H2의 7월 업데이트 프리뷰(KB5062660)에서는 유럽 지역에서도 리콜 기능 활성화가 가능해졌다. 이 외에도 윈도11 24H2 7월 업데이트 프리뷰에서는 화면을 읽고 작업을 도와 주는 ‘클릭 투 두’ 기능은 지원 가능한 작업 종류가 더 늘어났고, 그림판에서는 생성형 AI를 통한 ‘스티커’ 생성이 추가됐다. 윈도에서의 ‘코파일럿 비전’ 기능도 이번 업데이트 프리뷰에서 추가됐는데, AI가 여러 앱이 실행된 화면 전체를 보고 사용자가 어떻게 작업을 이어 가야 할 지 도와준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뿐만 아니라 엣지 브라우저나 오피스 등에도 ‘코파일럿’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모양새다. 현재 윈도의 기본 브라우저 환경인 엣지에는 코파일럿이 애드온 툴바 수준으로 기본 제공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기본 검색 등 사용의 시작에 코파일럿을 놓는 ‘코파일럿 모드’를 선보였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가정용 구독자들에도 매월 일정량의 크레딧을 제공해, 오피스 앱에서 코파일럿 기반 주요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경과 함께 구독 가격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AI PC 가치 높이는 플랫폼 제조사의 직접 지원
AI PC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부분으로는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손쉬운 활용’이 꼽힌다. 특히 새로운 유형의 처리장치인 NPU 활용을 높여 새로운 AI PC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제조 업체와 PC 제조 업체들이 나서서 좋은 활용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NPU를 탑재한 프로세서는 인텔보다 AMD에서 먼저 나왔지만, AMD는 당시 NPU의 활용 방안으로 ‘윈도 스튜디오 효과’ 이외에는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지금도 AMD의 초기 NPU 탑재 모델들은 AI PC로의 활용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인텔은 이러한 부분에서 ‘코어 울트라’ 출시 초기부터 꾸준한 행보를 이어 오고 있다. 인텔은 ‘코어 울트라’ 출시 초기부터 오픈비노(OpenVINO) 생태계를 내세워 주요 모델과 구동 환경들에 대한 지원을 넓혀 왔다. 인텔이 2024년 7월 선보인 ‘AI 플레이그라운드(AI Playground)’ 앱은 이러한 지원 모델과 구동 환경을 통합해 하나의 앱으로 만들어, 이미지 생성과 업스케일링,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챗봇을 편리하게 쓸 수 있게 했다. 현재 이 앱은 인텔의 코어 울트라 시리즈 프로세서나 아크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PC 구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인텔이 지난 5월 23일 공개한 ‘AI 플레이그라운드 2.5.5b’ 버전에는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지금까지 ‘AI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지원되던 마이크로소프트 파이, 딥시크, 미스트랄, 라마 모델은 모두 GPU를 사용해 왔는데, 이 버전에서는 NPU를 사용하는 언어모델이 추가됐다. 현재 NPU 사용 가능한 모델로는 ‘파이 3 미니’의 INT4 양자화 모델이 제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어 울트라 7 258V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에서 실제 사용했을 때 GPU보다는 느리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성능을 보였다.
AMD도 최근 NPU를 활용하는 모델 지원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AMD는 라이젠 AI 300 시리즈 프로세서에 탑재되는 XDNA 2 NPU에서 구동되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3.0 미디움 모델을 선보였다고 발표했다. AMD는 이 모델이 최적화를 통해 9GB 정도의 메모리 사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고, 2단계 파이프라인을 통해 최대 400만화소(2048x2048)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신 AI PC에 기본 탑재되는 제조사 제공 앱들
이제 ‘AI PC’ 시대가 시작됐다지만 여전히 많은 사용자들이 AI PC를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새 PC를 ‘AI PC’로 구매했다 해도 이전과 같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만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AI PC가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AI PC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쉽지는 않다. 이런 부분이 단순히 디바이스가 ‘AI PC’로 바뀐다 해서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AI PC의 차별점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PC 제조사들이 PC에 AI 관련 앱을 기본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주요 제조사들은 최신 AI PC 모델들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개인 어시스턴트 앱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앱들은 AI PC를 처음 구매한 사용자들이 AI 앱을 직접 찾고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제품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며, 향후 브랜드 선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HP가 ‘코파일럿+ PC’요건을 만족하는 제품에 기본 제공하는 ‘AI 컴패니언’은 GPT4o 혹은 파이 3.5 모델을 사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주어진 문서를 분석, 요약하며, PC 최적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에이수스 또한 비즈니스용 제품군에서 ‘엑스퍼트밋(ExpertMeet)’ 앱을 통해 AI 기반 회의록 작성이나 요약, 번역 등 실용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일반 소비자용에서는 ROG 브랜드 제품에서도 ‘ROG 버추얼 어시스턴트’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레노버는 메타의 라마 3 모델 기반으로 ‘레노버 AI 나우’를, 에이서도 ‘에이서 어시스트’나 ‘라이브아트’ 등의 앱을 기본 탑재했다.
이러한 ‘AI 접근성’ 측면에서는 올해 초 조립 데스크톱 시장에서 인텔과 에이수스, 컴퓨존이 함께 진행한 가성비 AI 게이밍 PC 추천 구성 프로모션도 주목할 만 했다.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GPU 조합의 기술적 측면도 있지만, PC 구입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구성을 함께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로모션에는 한글과컴퓨터 ‘한컴독스 AI’나 GGQ ‘플레잉코치’, 사진 편집 도구 ‘캡쳐원(Capture One)’과 ‘루미나 네오(Luminar Neo)’, 영상 편집 도구 ‘매직스 베가스 프로 에디트(Magix Vegas Pro Edit)’ 등이 포함됐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