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코스닥은 지능순?… 코스피 사상 최고 향하는데, 코스닥은 뒷걸음질

주식시장 호황 불구 코스닥, 1년 전보다 1% 하락 2차전지 등 주도주 부진, 가격 변동성 커 “기관 참여 확대 유도해야”

2025-08-01     윤승준 기자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코스닥은 부진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 2차전지 등 주력 업종이 침체에 빠진 영향이지만 높은 변동성과 대형주의 코스피 이탈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신뢰를 떨어트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근 1년간 16.8%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1.0% 하락했다. /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28% 내린 3245.44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 마감했지만 장중 3288.26까지 치솟으며 2021년 8월 5일(3296.17) 이후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1일(2777.68)과 비교해 16.8% 상승했다.

반면 코스닥은 딴판이다. 이날 805.24로 마감하며 0.20% 올랐으나 1년 전(813.53)과 비교해선 1.0% 하락했다. 

투자자들도 코스닥에서 짐을 싸는 분위기다.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6조9389억원이었으나 7월 5조9441억원(30일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1월 9조6178억원에서 7월 12조8009억원으로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월간 기준 5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12월(5조1221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코스닥의 부진한 성과는 주도 업종이 주식시장 활황서 소외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제약·바이오 7개, 2차전지 2개, 로봇 1개로 구성되는데 연초 이후 ‘KRX 헬스케어’ 지수는 14.0%,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도주로 떠오른 지주·금융·조선·방산·원자력 종목을 보유하지 못한 점도 컸다. 현대로템(등락률 306.4%), 두산에너빌리티(273.8%), 한화(271.0%), 한화오션(200.7%) 등 연초 이후 세 자릿수 수익률을 올린 정책 수혜주들이 많았던 코스피와 달랐다.

코스닥·코스피 1년 수익률 및 거래대금, 개인 비중 / 윤승준 기자

코스닥이 부진한 건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지수를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정하는 상황에서 비우량한 중소·벤처기업이 1년에 많게는 100개 넘게 상장하다 보니 장기 성과는 희석됐다. 코스닥은 10년 전(2015년 7월 31일) 대비 종목이 1093개에서 1798개로 늘었으나 상승률은 11.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59.9%), 미국의 나스닥(312%)을 크게 밑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것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통상 개인은 장기투자보다는 테마 등에 따라 단기매매(단타)하는 경향이 강해 주가 변동성을 키워 시장가치를 키우기 쉽지 않다. 리서치, IR 등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하는 기관·외국인과 다르다. 1~7월 코스닥의 투자자별 거래대금 비중은 개인 75.9%, 기관 5.0%, 외국인 17.8% 수준으로 개인이 절대적으로 크다. 개인 47.6%, 기관 18.4%, 외국인 32.5% 등 투자자 비중이 비교적 같은 코스피와 대조적이다.

코스닥 대형주들이 코스피로 이탈하는 점도 성장 제약으로 다가온다. 최근 10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동한 기업은 카카오, 셀트리온 등 16개사다. 이들의 현재 시총은 31일 현재 95조1528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419조1888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코스닥 대형주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다고 해서 지수가 바로 떨어지지 않으나 독자적인 기술주시장이 아닌 코스피 ‘2부리그’라는 인식을 강화해 장기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코스닥 이탈 현상은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 코스메카코리아는 거래소에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고 코스닥 시총 1·2위인 알테오젠과 에코프로비엠도 코스피 이전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코스닥이 코스피의 ‘2부리그’가 아닌 독자적인 기술주시장으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관의 거래 확대와 ‘좀비기업’ 퇴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은 정보 비대칭적이고 미래가 불확실한 기업들이 많아 이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기관들이 코스닥에 들어가면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가격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 지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코스닥에 잘 안 들어오는데 (코스닥으로) 투자 대상 범위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좀비기업을 걸러내는 것도 필요하다”며 “현재 좀비기업을 퇴출하기 어려운 건 퇴출 후 주식을 거래할 수 없어 ‘휴짓조각’이 된다는 우려 때문인데 상장폐지 후에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면 좀비기업을 원활히 퇴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