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5대 금융지주… 은행 의존 더 커져
상반기 순익 11.9조, 전년比 8% 증가 우리은행, 금융지주 전체 순익 넘어
5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 은행의 순이익 비중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이자이익 확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부진 등이 겹친 결과다. 금리 하락 국면, 관치금융 등을 대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상반기 순이익(지배기업소유주 지분 기준)은 총 11조9542억원으로 전년동기 11조893억원 대비 7.8% 늘어났다.
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이 1년 전보다 23.8% 늘어난 3조4357억원을 올리며 ‘리딩금융’ 자리를 공고히 했다. 신한금융이 10.6% 증가한 3조374억원을 기록하며 그 뒤를 바짝 쫓았다. 하나금융도 11.2% 커진 2조3010억원을 올리며 반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반면 우리금융은 11.6% 감소한 1조5513억원을, 농협금융은 6.6% 줄어든 1조628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자이익이 호실적을 주도했다. 5대 금융의 이자이익은 25조1903억원으로 전년동기 25조1397억원 대비 0.2% 증가했다. 증가율 자체는 크지 않으나 순영업수익(경비 차감 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3%에 달했다. 금리 하락에도 이들 지주 소속 은행들이 원화대출금을 작년 말 약 1610조원에서 6월 말 1638조원으로 27조원 이상 늘리며 이자수익을 유지한 게 컸다.
비이자이익도 나쁘지 않았다. 5대 금융의 비이자이익은 8조541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7조8385억원 대비 8.9% 늘어났다. KB금융은 유가증권·파생 등 기타영업손익을 중심으로 10.9%, 신한금융은 투자금융수수료 등 수수료이익을 중심으로 4.2%, 하나금융은 매매·평가익을 중심으로 10.0%, 농협금융은 수수료와 유가증권·외환파생을 중심으로 19.6% 비이자이익이 각각 급증했다.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비이자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최대 실적의 원천은 대부분 주요 계열사인 은행에서 나왔다. 5대 금융 소속 6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제주)의 순이익은 총 9조2847억원으로 전체 77.7%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 은행 순이익 비중이 74.4%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 커졌다.
KB금융이 54.3%에서 63.7%로 약 10%포인트 올라갔고 하나금융은 84.7%에서 90.6%로, 농협금융은 72.7%에서 72.9%로 각각 올라갔다. 우리금융의 경우 95.3%에서 100.4%로 올라 은행 순익이 전체 지주 실적을 넘어서기도 했다. 신한금융(74.6%)만 0.1%포인트 줄었다.
그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KB금융 소속인 KB국민카드(순이익 1813억원)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29.1%, KB손해보험(5581억원)은 2.3%, KB증권(3416억원)은 9.8% 줄어들었다.
신한금융의 신한카드(2466억원)는 순이익이 35.0%, 신한캐피탈(639억원) 41.0% 감소했고 하나금융의 하나증권(1067억원)과 하나카드(1102억원)는 각각 18.6%, 5.5% 줄었다. 우리금융의 우리카드(760억원)는 9.5%, 농협금융의 NH농협생명(1547억원)은 5.6% 감소했다.
문제는 금융지주의 은행 이자 중심의 전략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 대출이자 마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부실채권 확대도 위험 요소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기를 바란다”고 지적한 만큼 예대금리차 축소 등 정치권 대출이자 규제도 강화될 수 있다.
업황 변화에 대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이자장사’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지주는 저금리 기조에 맞춰 비은행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며 “자산운용 확대 등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기여도를 높이는 쪽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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