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비은행 지각변동… 진옥동式 인사, 훈풍? 역풍?
흔들리는 카드, 치고 올라온 보험·증권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오랜 기간 독주해온 신한카드가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줬고, 보험·증권 부문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진옥동 회장이 주도한 계열사 인사 쇄신과 맞물려 신한지주의 중장기 전략이 차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신한라이프로 3443억원에 달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은 2589억원, 신한카드는 24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3793억원을 기록하며 비은행 실적의 40% 이상을 책임졌지만, 올해는 35% 가량 줄며 1위 자리를 신한라이프에 내줬다.
여기에는 진옥동 회장이 강조해온 ‘비은행 체질 개선’ 전략이 자리한다. 진 회장은 지난해 말 비은행 계열사 12곳 중 9곳의 CEO를 교체하며 초강수 인사를 단행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존 철학을 뒤집고, 전략적 전환의 고삐를 직접 잡은 셈이다.
신한금융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라이프,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가운데 대표직을 유지한 인물은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뿐이다. 2022년 말 취임한 이 사장은 재무 건전성 확보와 신사업 확장 성과를 인정받아 유임됐고, 이번 실적을 통해 다시 한번 존재감을 증명했다.
다만, 신한라이프도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라 본업인 보험손익이 하락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신한라이프는 상반기 투자손익 1281억원으로 70.5% 증가했지만 정작 본업인 보험손익은 3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줄었다.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하반기 실적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랫동안 카드 업계 1위로 군림해 왔던 신한카드는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면서 명예회복이 시급하다. 금융지주 내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실적 중심축이었던 만큼, 실적 반등은 신한지주 전체 수익성 개선 전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진옥동 회장은 지난해말 박창훈 사장을 전격 발탁하며 카드 사업 부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본부장이던 박창훈 사장이 부사장 단계를 건너뛰고 사장으로 파격 임명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진 회장이 정체된 사업에 ‘새 판 짜기’를 주문한 셈이다.
최근 신한카드는 높은 인건비와 연체율에 의한 대손충당금 부담 등에 따라 비용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여기에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으로 본업 수익성은 지속 악화하면서 체질개선이 시급해졌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조직 슬림화와 비용 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 6월에는 팀장급 직위 28% 축소, 100명 이상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고정비 부담을 빠르게 낮춰 실적 반등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가 그룹 전체 전략에서 상징성과 실질 기여도가 모두 중요한 축인만큼 박창훈 사장이 짊어진 무게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25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 성장을 달성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 공급자) 사고 등 과거 대형 리스크에 흔들렸던 기조에서 벗어나, 실적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2066억원, IB 수수료는 1093억원, 자기매매 수익은 2316억원으로 각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2분기 순익은 전분기 대비 40% 가까이 급증한 1510억원에 달해, 그룹 내에서도 가장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이선훈 대표는 지난해 파생상품 사고 수습을 이끌며 안정된 리더십을 입증했고, 올해 초 대표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조직 정비에 나섰다. 조직 내부 안정과 외부 수익 다변화가 맞물리며, 그룹 내 ‘실적 회복 주자’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상반기 실적을 계기로, 신한금융의 비은행 사업 구조는 공히 보험·카드·증권 삼각축의 경쟁과 균형 체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는 진옥동 회장이 강조해온 비은행 강화, 수익 다변화 전략이 인사 개편을 거쳐 실적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은 3조374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비은행 부문은 9599억원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이에 신한지주는 주당 570원의 중간배당과 함께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발표하며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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