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바보 만드는 편리한 간편결제 [줌인IT]
20대 회사원 박혜정(가명)씨는 최근 서울의 대형 식당에서 테이블오더로 주문을 넣었다. 당시 박씨는 전월실적 40만원만 채우면 음식점 이용시 10%를 청구 할인해주는 신용카드를 이용했다. 그러나 결제 후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카드사에 문의하자, 결제정보에 음식점명이 아닌 PG사 이름이 들어가 헤택 적용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테이블오더와 같은 키오스크 시스템과 핀테크에 기반한 간편결제가 온·오프라인에 걸쳐 결제시장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건비 절감과 소비자 편의성을 이유로 가맹점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결제 방식에 따라 카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다.
소비자들은 특정 카드가 외식 업종에서 10%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거나, 특정 쇼핑몰에서 5% 청구할인을 적용해주는 경우 당연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무 거리낌없이 식당 내 테이블오더를 이용하고, 간편결제 플랫폼(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에 카드를 등록해 사용한다.
그러나 키오스크나 간편결제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이같은 기대가 어긋날 수 있다.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더라도, 결제 시스템상 가맹점 이름이 ‘해당 업종’이 아닌 ‘전자결제대행사(PG)’나 ‘간편결제 사업자’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카드사들이 정한 기존 할인 및 적립 기준에서 벗어나게 된다. 같은 카드로 같은 매장에서 소비했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사용했는데 지역 가맹점이 아닌, PG사로 결제가 됐다며 소비쿠폰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제는 해당 사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결제하는 소비자가 드물다는데 있다. 그마저 가맹점명이 어떻게 찍히는지, 혜택이 적용되는지 여부는 결제가 끝난 뒤 앱을 통해서야 확인 가능하다. 명세서에 ‘PG사’나 ‘간편결제 사업자명’으로 표기되면 혜택 적용은 물 건너간다.
카드사들은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들며 책임을 회피한다. 상품 약관에 “간편결제·키오스크 등으로 결제 시 가맹점명이 PG사 또는 간편결제사로 표기될 경우 혜택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PG사 탓을 한다. 그러면서 약관에 명시한 만큼 법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이 우편에 깨알같이 적힌 약관을 일일이 읽어보고 카드를 이용할 지는 의문이다.
결제 방식의 진화는 어쩔 수 없는 변화다. 하지만 그만큼 안내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 키오스크 결제 화면이나 간편결제 앱에 ‘카드 혜택 제외 가능성’에 대한 간단한 문구만 표시해도, 소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카드사·PG사·가맹점 모두 책임을 회피하거나 구조 개선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그 결과 소비자는 반복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카드 혜택 조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기술적 구조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실을 쉽게 납득할 소비자는 없다. 결제 시스템의 변화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장벽이 돼선 안 된다. 결제 구조를 이해한 소비자만 혜택을 얻는 ‘눈치 게임’은 지속될 수 없다. 작금의 사태가 반복된다면 카드사와 가맹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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