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손털고, 美 유턴한 개미들… 왜?

개인 7월 美주식 1조 순매수 석 달 만에 ‘사자’ 국내증시 한 달간 6.9조 순매도 월간 연중 최대

2025-08-05     윤승준 기자

개인 투자자 발길이 다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두 달 연속 순매도에 나섰던 ‘서학개미’는 7월 한 달간 순매수로, 코스피 3000 돌파에 힘썼던 ‘동학개미’는 한국 시장에서 6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국내증시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데 따른 차익실현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부 여당의 세법개정안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등,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데 따른 것이란 진단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6억8497만달러(약 9500억원)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미국주식을 5월 13억1084만달러, 6월 2억3184만달러씩 순매도하며 비중을 줄여나갔지만 석 달 만에 다시 ‘사자’로 전환했다. 미국주식 보관금액도 6월말 1258억달러에서 7월말 1309억달러로 50억달러 이상 늘었다.

반면 한국 시장에선 ‘팔자’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8681억원을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 연중 최대이자 2024년 2월(7조841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개인은 5월 3조559억원, 6월 5443억원 순매도로 규모를 점차 줄이며 국내로 복귀하는 듯했으나 얼마 못 가 ‘미장’으로 돌아갔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도 7월 초 70조4133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찍었으나 7월 말 68조6852억원으로 약 2조원 증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차익실현 매물일 거로 판단한다. 국내증시가 단기간 많이 올랐고, 그 사이 미국증시가 싸진 만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것.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숫자만 놓고 보면 국내주식 팔고 미국주식 샀다고 볼 수 있으나 그만큼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활발했고 개인들이 상승분에 대해 이익 실현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세제개편안을 사전적으로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어 (개인의 순매도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조정한 세제개편안을 만지작거린데 따른 불안감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란 진단도 만만치 않다. '코스피 5000'을 내세웠던 새정부가 그와 반대되는 조치를 시행하니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개인의 ‘팔자 행렬’은 대주주 요건 하향이 기정사실화된 중순 이후 더 커졌다. 지난달 1~15일 1조7479억원이던 순매도는 16~31일 4조8999억원으로 불어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은) 대주주 요건 하향 개편이 가장 컸다. ‘코스피 5000정책’에 대한 실망 매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주요국과 달리 증세를 한 상황에서 매년 35% 이상 플러스 성장하는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 점도 불신을 키웠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 배당소득이 3억원을 초과할 때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38.5%(지방소득세 포함)로 정했는데 이는 당초 유력하게 검토되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27.5%)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내투자자의 미국주식(위) 및 한국주식(아래) 순매수. / 윤승쥰 기자

개인투자자 이탈 속 코스피는 공회전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4.7% 올랐으나 16일부터 31일까진 0.9%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의 S&P500 1.5% 및 나스닥 2.2%, 일본의 닛케이225 3.5%, 중국의 상하이 1.5% 등 주요국 지수를 크게 밑돈다. 1일엔 하루 동안 3.9% 하락하며 4월 7일(-5.6%)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일간 등락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세제개편이 투자자 친화적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국내 증시의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상법 개정 등에 힘입어 유입됐던 투자금이 정책 실망감으로 연말까지 유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한 연말 매도 물량이 주주총회에서 주주 권리 행사를 막아 상법 개정 취지와 역행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요건에 부합하는 이들이 연말까지 순매도에 나설 수 있어 시장엔 부담”이라며 “(세제개편이) 이대로 가면 투자자들이 ‘국장’보다 해외주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단기·중기적으로 시장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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