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 1조 더 내라"… 금융권, 상생금융 이어 ‘이중 부담’ 고심

은행권, 개편안 관련 의견 취합 교육세 용도 등 논란도 지속

2025-08-05     한재희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생 지원·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각종 지원책을 쏟아고 있는 금융권이 세 부담까지 지게 됐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금융·보험업에 적용되는 교육세율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다.

금융사가 부담하는 교육세를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대출을 두고 ‘이자 놀이’라며 공개적인 경고장을 보낸만큼 금융권 때리기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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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회원사들로부터 2025년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교육세율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이번 주까지 의견을 취합한 뒤, 다음 주 입법예고 기간에 이를 전달할 계획이다.

은행연 관계자는 “회원사들로부터 (세율인상 관련)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업권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각 사에 입장 정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금융·보험업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을 기존 수익금액의 0.5%에서 연간 수익 1조원 초과분에 대해 1.0%로 인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대형 금융사 약 60곳이 부담하는 세금은 약 1조3000억원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4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한 뒤,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3일 이전 정기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교육세 인상안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은행연은 국정기획위원회에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을 통해 교육세를 폐지하거나 목적세 정의에 부합하도록 용도 개편을 요청했는데 이러한 업권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업계는 교육세를 목적세 정의에 맞게 금융·보험 관련 교육 서비스나 금융시장 안정화 기금 등으로 사용하자는 대응안을 담았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4대 시중은행은 연간 1000억원씩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지난해 이자수익으로 각각 21조6000억원, 19조6000억원, 17조9000억원, 19조1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이자수익을 거둬들인다면 교육세 부담은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문제는 교육세가 수익 자체에 과세되므로 손익 여부와 관계없이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역마진 상황에서도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로 은행권은 이에 따른 타격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세제개편과 함께 정부가 교육세를 대출 금리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금융사들은 실질적인 부담이 두 배로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금융사의 고수익을 놓고 이 대통령이 '이자놀이'라고 경고한 만큼 이번 조치는 사실상 ‘횡재세’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드뱅크 재원 분담과 중소상공인 상생 금융 지원 등 민생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 부담까지 더해진 셈”이라며 “은행권의 노력에도 매번 되풀이되는 ‘이자 장사’ 프레임으로 공공의 적처럼 몰아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보험업의 수익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을 높이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단순히 세율을 곱해 증세하는 방식 역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세가 교육과 직접 관련 없는 금융업에 부과되는 것은 조세 형평성과 목적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한국세무학회 학술지에 실린 ‘금융·보험업에 대한 교육세 개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교육세는 본래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목적세로 도입됐지만 금융업과 교육 간 수혜 연계성이 떨어져 조세의 정당성이 낮다고 평가됐다.

과세표준이 순이익이 아닌 총수익(매출) 기준이어서 손익 구조와 무관하게 부과되는 점, 단일 세율 구조로 인해 소형 금융사와 대형 금융사 간 조세 부담 격차가 크다는 점, 그리고 금융업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된다는 점 등은 현 제도의 형평성과 정합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와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육세는 사실상 이중과세로 작용하며 과세 논리의 일관성이 부족하므로 폐지가 필요하다”면서 “단순 폐지가 어렵다면 교육세 수입을 금융업 관련 교육, 금융문해력 향상 등 업권과 연관된 분야에 한정해 사용하는 용도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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