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소차 5만대 시대 눈앞… 충전 인프라는 ‘제자리’
연내 수소차 보급대수 5만대 전망 전국 수소 충전소 226개소에 불과… 1개소당 177대 감당해야 수소 가격 편차도 문제… 같은 양 충전해도 지역별 최대 3.5만원 차이나
올해 국내 수소연료전지차(FCEV) 누적 보급 대수가 5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는 수소차 5만대 돌파를 수소 사회 구축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차량 보급 속도와 달리 충전 인프라 확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소차 보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누적 보급 대수는 1만대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3만대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수소차 누적 보급 대수는 3만9313대로 4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승용차는 3만7167대, 수소버스는 2107대다. 같은 기간 수송용 수소 소비량은 5454톤으로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
업계는 현대자동차 2세대 ‘넥쏘’ 출시 효과로 연내 5만대 돌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차가 6월 출시한 신형 넥쏘는 기록적인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 7월 국내 판매량은 10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3.3%, 전월 대비 1902% 증가했다. 지난 7월 한 달 판매량이 올해 상반기 판매량(725대)을 이미 넘어섰다.
업계는 상품성 개선과 금융 프로그램 도입이 수소차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분석한다.
현대차는 1세대 넥쏘 출시 7년 만에 2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신형 넥쏘는 센터 콘솔에 몰려 있던 버튼을 센터 디스플레이로 통합하고, 기존에 지적됐던 주행 성능도 개선했다. 수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인 스택(Stack) 출력과 시스템 출력은 각각 16%, 11% 상승했고,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기존 609킬로미터(㎞)에서 720㎞로 늘었다.
현대차는 ‘넥쏘 이지 스타트 프로그램’을 도입해 수소차 구매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차량 반납 유예형 할부와 2년간 수소 충전비 지원으로 구성된다.
정부도 수소차 보급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수소전기버스 2000대에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환경부는 전년 대비 8% 늘어난 1963억원의 수소 충전소 설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국내 수소 충전소는 226곳에 불과하며 이 중 버스 전용 16곳을 제외하면 일반 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210곳 정도다. 단순 계산하면 충전소 1곳당 약 177대의 승용 수소차를 감당해야 한다. 일부 충전소는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야간 충전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소나 주유소와 달리 대부분 수소 충전소는 심야 운영을 하지 않는다. 수요가 적고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 셀프 충전 실증 사업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지역별 수소 가격 편차도 과제다. 4일 기준 전국 평균 수소 가격은 킬로그램(㎏)당 1만256원이다. 대전은 9766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제주는 1만5000원으로 가장 비싸다. 신형 넥쏘(탱크 용량 6.69㎏)를 기준으로 대전에서는 약 6만5334원이 들지만 제주에서는 10만350원이 필요하다. 지역에 따라 최대 3만5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소 확충과 운영 시간 확대, 지역 간 가격 편차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차량 대수만 늘어서는 진정한 수소 시대를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수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충전소 수를 늘리고 운영 시간을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전국 가격 편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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