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금만도 못한 보험사 연금저축… 1% 수익률로 체면 구겨
생손보 연금저축 적립금 잇따라 감소… 자산운용사는 약진
연금저축보험 시장에서 보험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전체 연금저축 시장 규모는 확대됐지만, 보험사 적립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 구조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 연금저축 적립금은 38조802억원, 손해보험사는 32조9909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말 대비 0.6%, 1.1%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연금저축 규모가 98조539억원에서 98조9356억원으로 약 9000억원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연금저축은 5년 이상 납부하면 55세 이후부터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납부 금액에 대해 연 최대 9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크게 보험사 연금저축보험과 증권·운용사 연금저축펀드, 은행의 연금저축신탁으로 나뉜다.
이중 보험사 연금저축 수익률은 갈수록 후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생보사 평균 수익률은 2.38%, 손보사 2.74%로 지난해 말 2.48%, 2.83% 대비 낮아졌다.
이 정도 수익률은 은행 예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는 2.55%다. 보험사 평균 연금저축 수익률 2.5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대 수익률을 기록한 보험사도 5곳에 달했다. 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생명이 1.4%로 가장 낮았고 ▲신한라이프생명 1.49% ▲하나생명 1.69% ▲교보라이프플래닛 1.68% ▲농협생명 1.77%를 기록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전체 적립금이 1조7428억원으로 타사 규모가 적지 않음에도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거뒀다.
1000억원 이상 적립금을 보유한 보험사 중 준수한 수익률을 낸 곳은 ▲메리츠화재 3.58% ▲흥국생명 3.56% ▲KB라이프(3.41%) ▲KDB생명 3.41% ▲삼성생명 2.71% 정도다.
이는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유사 상품 수익률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은 9.68%로, 지난해 말 4.35%에서 두 배 넘게 뛰었다. 적립금도 1조5000억원 이상 늘어 19조3767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금융사간 수익률 격차가 벌어진 데에는 개별 업권의 운용방식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내외 주식·채권, ETF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반면, 보험사는 채권 중심의 보수적 운용 성향을 고수하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연금저축보험 특성상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처럼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는 오히려 더 많이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생보사와 손보사의 장기 평균 수수료율(10년 기준)은 각각 0.99%, 1.09%로 자산운용사 0.95%보다 높다. 수수료를 제할 경우 실질수익률은 더욱 악화한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보험료로 자산을 운용하는 업권 특성상 국채 등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위험자산 투자가 가능한 펀드와 비교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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