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AI 전환 '실행 모드'…전사적 구조 재편 속도

2025-08-06     이선율 기자

삼성전자,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전사 차원의 조직 개편, 자체 기술 내재화, 계열사 간 시너지 전략으로 수익 모델 전환에 나섰다. 글로벌 AI 경쟁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외부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그룹 자체 역량으로 사업 성과를 내겠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전사 AI 생산성 조직 확대…DX·DS 동시 가동

삼성전자는 반도체(DS)와 가전·모바일(DX)을 중심으로 AI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지난해 DS부문에 ‘AI센터’를 신설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공정 전반에 AI를 적용했다. 올해는 DX부문까지 AI 전략을 확대하며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새로 꾸렸다. 전사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과 과제 실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가 발굴한 AI 과제를 실행하는 전담 조직 ‘AI크루’도 운영하고 있다. 300명 규모로 출범한 AI크루는 실제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실무형 AI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8월에는 DX부문 내 ‘이노엑스 랩(InnoX Lab)’을 신설해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털 트윈, 물류 자동화 등 4대 핵심 과제를 구체적인 사업 모델로 연결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AI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과 제조 혁신을 통해 실질적 수익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그룹, 'AI 데이터센터-모델 개발-글로벌 확장' 3단계 전략

SK그룹은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AI 기업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가스 등 그룹사 간 기술을 결집해 AI 생태계를 내부에서 완성하는 구조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조직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AI 컴퍼니 전환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개발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CEO 직속 ‘AI 원팀’을 출범시켰다. C레벨 중심 경영체계를 통해 AI 관련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추진 중이다.

6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GPU 6만개 규모의 국내 최대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착공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구축과 운영을 맡고,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SK가스·SK멀티유틸리티의 에너지 인프라가 투입된다. SK그룹은 이 데이터센터를 AI 개발·운영 허브로 삼아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SK텔레콤은 정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5개 우수팀 중 하나로 최종 선정됐다.

LG그룹, 엑사원 기반 B2B AI 수익화 본격화

LG그룹은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LLM)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2021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을 구심점으로, 그룹 전반에 AI 내재화를 본격화하는 ‘AX(AI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엑사원을 고객 서비스 및 R&D 자동화에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개발·생산·사무 등 전 영역에 AI를 도입해 연간 약 1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올렸다. LG CNS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B2B AI 컨설팅·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엑사원은 현재 4.0 버전까지 개발됐으며, 글로벌 AI 분석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 기준으로 한국 모델 중 1위, 오픈 웨이트 모델 중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LG AI연구원도 정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상위 5개 정예팀에 포함됐다.

LG는 향후 엑사원을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으로 상용화해 B2B 수익 모델을 강화할 계획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 아닌 ‘돈 버는 AI’ 경쟁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단일 계열사 차원의 AI 대응을 넘어, 그룹 전체의 기술·데이터·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수익화하는 구조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삼성은 제품 혁신과 제조 AI로, SK는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AI 서비스로, LG는 B2B AI 솔루션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3사의 AI 전환은 단순한 디지털 혁신이 아닌 수익 모델 자체를 AI로 재정의하는 작업이다”라며 “AI 기술을 실제 사업성과로 연결하는 기업만이 향후 산업 판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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