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家 투자한 스테이블코인 뭐길래… 한 달새 120% 껑충
합법 스테이블코인 USDe 발행 효과, 규제 해소·재단 바이백 맞물려
트럼프 일가가 투자한 디파이 프로젝트 에테나(Ethena)의 토큰 ENA가 최근 한 달간 120% 넘게 급등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해소, 대규모 유입 자금, 재단의 바이백(자사주 매입)까지 맞물리며 유동성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코인마켓캡 기준 에테나는 805원을 기록, 한 달 전보다 127%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5조3300억원으로 코스피로 따지면 90위권 정도인 LG디스플레이와 두산밥캣, 키움증권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에테나는 이더리움 기반의 디파이 프로토콜이다. 사용자가 예치한 암호자산을 담보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e를 발행할 수 있다. 이더리움 등 주요 자산을 담보로 하고, 선물시장에서 숏 포지션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1달러에 고정하는 델타중립 구조를 따른다.
에테나 예치자는 USDe를 sUSDe로 전환해 변동형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실제 지난해 기준 최대 연 19%의 수익률이 제공됐다. 지난 2022년 붕괴한 테라 UST와 달리, 실제 담보 자산과 헤지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2.0’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테나의 상승세에는 트럼프 일가의 투자 이슈가 직접적인 기폭제로 작용했다. 에릭 트럼프가 이끄는 WLFI(World Liberty Financial)는 최근 에테나에 약 450만달러(약 62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WLFI는 이더리움과 디파이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트럼프 계열 디지털 자산 투자사다.
제도권 진입에 따른 신뢰도 개선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에테나는 미국 내에서 지니어스 법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합법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USDtb를 출시했으며, 커스터디 기업 앵커리지 디지털과 협력해 기관 투자자를 겨냥한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조건을 규정한 법안으로,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에테나의 스테이블코인 USDe도 시장 유입 확대와 함께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7월 중순 이후 약 3주 동안 USDe 유통량은 4조7311억원 이상 증가해 8월 초 기준 12조9400억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테더(USDT), USD코인(USDC)에 이어 글로벌 3위로 올라섰다. 한 달간 시총 증가 폭만 놓고 보면 5조 5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조 6400억원 증가에 그친 USDC를 앞질렀다.
유입 자금 증가 외에 시장 개입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에테나 재단은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마켓메이커를 통해 에테나 토큰 8300만개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바이백을 단행했다. 이는 유통량을 줄여 가격을 방어하려는 조치로, 이후 에테나 가격은 빠르게 반등했다.
한편, 에테나의 디파이 예치자산(TVL)은 5일 기준 약 13조 800억원으로, 전체 디파이 중에서 7위 규모를 기록 중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에테나는 sUSDe를 통해 평균 7.45%라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디파이 생태계에서 USDe의 존재감을 빠르게 키웠다”며 “담보 운용과 헷징을 통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높은 예치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알파 추구형 달러’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