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해킹發 2분기 실적 쇼크…하반기도 빨간불
SK텔레콤이 대규모 유심(USIM) 해킹 사태로 2분기 실적 쇼크를 겪었다. 하반기에는 더 큰 충격파가 예고되고 있다. 고객 보상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되면서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이다.
유심 교체 2500억·가입자 이탈 '이중고'
6일 SK텔레콤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3388억원, 3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37.1%, 순이익은 76.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2분기 통신업계 전반의 실적 반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SK텔레콤만 홀로 역주행했다.
4월 발생한 해킹 사고의 후폭풍으로 SK텔레콤은 알뜰폰을 포함한 전 가입자 대상 유심 무상 교체와 영업점 손실 보상으로 2분기에만 25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떠안았다. 해킹 사고 직후 한 달 이상 신규 가입을 중단하면서 3월 말 대비 6월 말 핸드셋 가입자가 75만명 감소했다. 5~7월 3개월간 순감 가입자는 53만3314명에 달했다. 이동통신 매출은 전분기 대비 387억원 줄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5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39.29%로 역사상 처음40%를 밑돌았다. 초고속 인터넷과 IPTV 가입자도 각각 4만2000명, 9만2000명씩 빠져나가며 전 사업 부문이 타격을 받았다.
김양섭 SK텔레콤 CFO는 6일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된다"며 "특히 재무적 임팩트가 가장 큰 통신 요금 50% 할인이 3분기에 예정돼 있어 2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보상의 일환으로 8월 전 고객 요금 50% 할인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매월 50GB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십 할인 최대 60% 확대 등 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보상에 나선다. 이 비용이 3~4분기에 집중 반영되면서 실적 하방 압력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SK텔레콤은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 CFO는 "영업이익 역시 전년 수준을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간 실적 부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킹 사고로 무너진 1위 사업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장기적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며 "단기 실적을 희생하더라도 고객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고객 신뢰 회복 최우선… AI로 반전 노려
SK텔레콤은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고객 신뢰 회복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7000억원을 투자하고 보안 인력을 2배로 늘리는 등 '제로 트러스트' 체계를 도입해 보안 체계를 전면 재편한다.
SK텔레콤은 실적 반전의 희망을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찾고 있다. 2분기 AI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3.9% 늘었다. AI 데이터센터 매출도 13.3% 증가했다. 특히 정부의 'AI 국가대표' 사업자로 선정되고, B200 GPU 기반 '소버린'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AI 인프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6월 아마존웹서비스(AWS), SK그룹 멤버사들과 함께 울산에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서울 구로 데이터센터 등 데이터센터를 통해 2030년에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양섭 CFO는 "올해 예상되는 재무적 임팩트가 적지 않지만, 통신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고객 기반을 지키기 위해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반드시 실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