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치료에도 간병인… 보험사 간병비, 도덕적 해이 '심각'

보험사, 가입 요건도 강화하고 일당 낮추고

2025-08-07     전대현 기자

최근 보험금을 노리고 비염·하지정맥류·내성발톱 수술 등 경증 질환에도 간병인을 부르거나, 초등학생 자녀의 독감 입원을 빌미로 허위 간병비를 타내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병실을 함께 쓰는 환자들끼리 간병인으로 등록해 보험금을 타먹는 사례도 적발됐다. 이에 보험사들이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간병인보험 일부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 DALL-E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주요 보험사들은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 가입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20만원까지 지급하던 간병인 일당을 10만~15만원대로 낮추고, 가입 심사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간병인보험’은 입원 기간 중 간병인을 직접 고용했을 때 1일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의 특약을 말한다. 간병인을 직접 고용한 뒤 보험사에 청구하는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과 보험사가 직접 간병인을 파견해주는 ‘간병인 지원일당’ 특약으로 구분된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달 초 허리디스크(추간판장애), 관절통 등 40여개 질병 코드에 대한 심사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특정 질환군에서 반복적으로 허위청구가 발생하면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DB손해보험은 지난달 건강보험 상품에서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을 추가하려면 보장한도 3000만원 규모의 질병사망 특약을 함께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신설했다. 가입 진입 장벽을 높여 실수요자 중심으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사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한도 / IT조선

메리츠화재는 아예 가입자가 간병인을 고용한 뒤 보험금 청구하는 구조가 아닌, 보험사가 직접 간병인을 파견해주는 ‘지원일당형’ 특약에 집중하고 있다. 간병인 허위 고용이나 보험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봐서다. 다만, 간병인 지원일당 특약의 경우 48시간 전에 간병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다 보험료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실제 간병인이 필요한 이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보장 한도 축소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삼성화재, KB손보 등은 기존 20만원이던 성인 대상 간병인 일당 보장 한도를 10만~15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이들 보험사는 손해율이 높은 어린이 대상 특약의 보상한도를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생보사도 축소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지난 6월 간병인 특약 보장한도를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신한라이프도 기존 3만원 이상 납입 시 20만원까지 보장됐던 구조를 변경해 최대 보장한도를 15만원으로 줄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급등한 손해율이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병인 특약 평균 손해율은 100%에 육박하며, 일부 보험사는 120%를 넘는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제동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중증 질환자 중심으로 간병 특약을 재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는 상품 개정을 시작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간병인이 필요하지 않은 언어치료 당일입원, 내성발톱 수술 등에도 보험금을 노리고 간병인을 고용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은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많은 보험사들이 가입조건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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