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망 사용료’ 압박 가능성 여전… 韓 노심초사

한미 정상회담 25일 예정… 트럼프 ‘입’ 주목

2025-08-08     김광연 기자

최근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테이블에 해묵은 ‘망 사용료’ 이슈가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8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해당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0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합의를 타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7월 31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품목이 의제로 다뤄졌다. 관심을 모았던 ‘망 사용료’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망 사용료는 구글·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CP)가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 등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 지불하는 대가를 말한다. 현재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미국 현지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통신사에는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어 ‘한국 패싱’ 논란이 제기됐다.

이 같은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국회는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과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 글로벌 CP가 국내 ISP에 망 이용계약 시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당시, 구글·넷플릭스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강조하며 ‘공정한 망 사용료 계약 제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 정부는 구글·넷플릭스를 방어하는 입장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3월 31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 국회에 CP가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다”며 “한국 ISP가 콘텐츠를 자체 공급하는 상황에서 미국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도 이 문제에 적극이다. 7월 28일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망 사용료를 도입하거나 유지하지 않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미국이 향후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망 사용료 정책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는 망 사용료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언제든 논의될 수 있다”며 “이는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인 한국 정부와 국회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도 “한국 국회가 추진 중인 망 사용료 법안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도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설계됐다”며 “미국 측은 자신들만 겨냥한 규제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입법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입장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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