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금융권, 정권 바뀌면 특혜의혹 ‘시끌’ 이번에도?

2025-08-08     한재희 기자

‘김건희 특검’에 금융권이 소란스럽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도 어김없이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이번에도 피해가지 못했다. ‘자금줄을 쥔’ 금융사들은 ‘규제 권력’을 쥔 정권이 협력을 구할때마다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때마다 곤혹을 치렀다.

전 정권 핵심과의 유착 의혹이나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 곧바로 수사기관의 칼끝이 금융사를 향하고, 수장 교체 등 또다른 ‘관치(官治)’로 이어진다. 최근 ‘김건희 특검’은 키움증권에 이어 수협,  수출입은행, 신한금융 등 금융 공공기관 및 주요 은행, 증권사 등을 모두 뒤흔들고 있다.

 

집사 게이트·도이치 특혜 대출 등 금융사 사정권

최근 도이치모터스 및 계열사에 특혜 대출 의혹으로 Sh수협은행과 수협중앙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 Sh수협은행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주가조작으로 재판을 받던 도이치모터스에 무담보 대출을 내준 의혹이 일었고 회사측은 조목조목 반박, 사건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 취임 직후 중앙회 산하 수협은행과 전국 단위수협에서 도이치모터스와 관계사에 600억원이 넘는 대출이 집행됐는데, 도이치모터스에 담보나 지급보증 없이 100억원 대출을 실행했다는 것에 대해 “정상적으로 승인 된 것”이라며 반박했다.

도이치모터스의 대출 심사 결과 당행 신용등급 기준 외부감사 3등급에 해당(외감모형 여신 중 3등급 이상 여신 비중 상위 23%)해 신용대출 검토가 충분히 가능한 우량 차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관련 기업에 신규 대출을 내준 정황에 대해서는 “당행의 심사 안건 내용에 의하면 취급 당시 권오수(전 도이치모터스 회장)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대주주에 불과한 상태였다”며 “BMW의 우수한 시장 지위를 감안해 소송 결과에 따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해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이른바 ‘김건희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금융사도 한 두 곳이 아니다. 해당 사건은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실소유에 관여한 렌터카 신생기업 IMS모빌리티에 2023년 대기업 및 금융권 자금 184억원이 유입됐는데, 단순 투자가 아닌 대가성 투자금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기업 가운데 금융사는 한국증권금융,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이다. 신한은행은 30억원을, 키움증권은 10억원을 투자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팀은 이미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근수 전 신한은행 부행장(현 신한투자증권 CIB총괄 사장),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외에도 윤석열 전 정부의 캄보디아 경제협력 기금과 관련해 수출입은행은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검팀은 정부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기획재정부로부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수탁받아 기금 운용·관리 업무를 맡은 기관이 수출입은행이어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반복되는 ‘정치 리스크’

시중 5대은행 본사 /조선DB

금융권의 ‘정치 리스크’는 고질적인 문제다. 정부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규제 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기조에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당시 정부의 기조에 맞췄다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고 나면 ‘잘못된 일’로 낙인 찍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치적 입맛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이 뒤바뀌는 왜곡된 관행히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때 발생한 ‘국정농단 파문’때에도 특혜대출 등 편법 금융거래와 스포츠 재단 설립 및 모금과정에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금융권이 수사망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특혜 외화대출 의혹을 받았던 하나은행과 스포츠 재단 설립에 연루된 삼성화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에까지 손을 뻗치는 것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개인적 인연과 학연을 바탕으로 주요 국책은행과 금융지주 수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혔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등은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며 정권의 그림자가 금융산업 전반에 드리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하나같이 청와대 실세와 직·간접적 인연이 있었고, 국책은행의 독립성보다는 정권 코드 맞추기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등의 거취를 두고 벌써부터 관심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 금융지주 회장./각 사 제공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면 금융 정책 기조가 바뀌고, 금융산업 전반이 그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잣대는 금융 산업 신뢰를 무너뜨리고 금융사의 독립경영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