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선택한 모니터, 주목받는 ‘패스트 TN’

잔상 없이 정확하게… FPS 승부를 가르는 패널의 조건

2025-08-08     권용만 기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여가를 책임지는 ‘게이밍 PC’는 PC 시장 안에서도 중요한 위치로 완전히 자리잡았고, PC 게임을 기반으로 한 ‘e스포츠’는 단순한 개인과 커뮤니티 간 교류를 넘어 이제 하나의 ‘산업군’을 만들 정도까지 성장했다. e스포츠가 본격적인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이 산업에 종사하는 ‘프로’들의 성과와 주변 환경 또한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의 퍼포먼스 측면에서 정점에 있는 이 프로들은 일반적인 유저들보다 약간의 움직임에도 훨씬 더 예민하고 정확하게 반응해 상대를 제압하고 성과를 올린다. 종종 인간의 인지를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플레이를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PC 자체의 성능 뿐만 아니라 게이밍 성능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입력을 정확히 받을 주변 장치들의 도움도 중요하다.

컴퓨터의 연산 결과를 표시하는 ‘모니터’도 목적에 따라 기술 구성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극한의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게이밍 환경이라면 일반적인 모니터와는 다른 기준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의 대세는 IPS(In-plane Switching)이지만, 극한 성능을 추구하는 게이밍 환경에서는 응답속도에 장점이 있는 패스트(Fast) TN(Twisted Nematic) 방식이 사용된다. 초창기에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도 기술 개선을 거쳐 많이 개선된 상태다. FPS(1인칭 슈팅 게임) 장르의 프로게이머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벤큐 조위 XL2566X+가 공식 모니터로 사용된 VCT 퍼시픽 2025 SKT T1 홈그라운드 경기 중 현장 / 벤큐

프로급 게이밍 모니터 환경, 최적화 공식은 따로 있다

PC 게이밍과 e스포츠, 게이밍 PC 시장이 성장하면서 게임에 특화된 ‘게이밍 모니터’ 시장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보통 ‘게이밍 모니터’라 하면 가장 큰 차별화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한 ‘고주사율’을 꼽는다. 특히 대회를 노리는 ‘프로’급이나 이에 가까운 환경이라면 연습도 실전 환경처럼 ‘공식’ 환경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는 광시야각과 준수한 성능을 갖춘 IPS 타입 LCD다. 현재 시점에서 IPS 타입 LCD는 성능과 화질 등 모든 면에서 두루 무난한 만능형의 모습이다. 최근 색상 표현력과 반응 속도면에서 압도적인 OLED가 점점 대중화되고 있지만, 높은 가격대와 불안한 내구성 문제 등이 있다. OLED의 경우 LCD와는 다른 서브픽셀 배열 때문에 같은 화면을 보더라도 사용자에 보이는 화면의 디테일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은 픽셀 단위의 정보까지 인식, 조작해 성과로 연결하는 ‘프로’급에서는 넘기기 힘든 문제일 수 있다.

IPS 타입의 LCD는 대부분의 용도에 무난하지만, 무난함 이상의 영역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아쉬움이 생긴다. 초당 수백 장의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고주사율’ 모니터라 해도 입력 허용과 실제 패널 표현은 별개다. 입력 단계에서 모니터의 화면 표시 타이밍과 차이가 심하게 나면 화면 상, 하단이 갈라져 찢어진 것처럼 보이는 ‘티어링(Tearing)’이 나오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제대로 입력됐지만 패널이 제 때 제 색상을 표현하지 못하면 움직임이 흐리게 나타나거나 잔상처럼 남기도 한다. IPS는 360Hz 이상 급의 고주사율 화면에서 때로는 이 색상 표현의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때도 있다.

패스트 TN 방식도 게임에서 OLED 이상 반응성을 낼 수 있다. / 벤큐 조위 홈페이지 갈무리

빠른 화면 움직임 속에서도 정확한 타이밍에 깨끗한 이미지를 확인하고 반응하는 것이 성과로 이어지는 FPS장르 같은 게이밍 환경에서는 모니터도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성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기술이 꾸준히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초당 360장 이상의 이미지가 바뀌는 360Hz 이상의 초고주사율 모니터는 일반적인 방식의 패널로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극한의 고주사율과 반응성을 갖춘 프로급 게이밍 모니터에서는 오히려 전통적인 ‘TN’ 방식을 개량한 ‘패스트 TN’을 사용하는 모습이다.

LCD 모니터 시장 초기 주류였지만 지금은 주류에서 밀려난 TN 방식이 여전히 게이밍 모니터에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TN 방식은 전통적으로 시야각에 약점이 있지만 개별 픽셀의 색 전환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었고, 전환 속도를 올리기 위한 ‘오버드라이브’ 기술 등을 적용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한 구조다. 픽셀 색전환 속도가 빠르면 고주사율 모니터에서도 각 프레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 체감적으로는 더 선명하고 명확한 이미지와 움직임을 제공할 수 있다. 벤큐의 경우 이를 기반으로 최대 60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초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까지 선보였다.

잔상 제거를 위한 기술이 결합되면 더 인상적인 결과가 나온다. 벤큐 조위 모니터 제품군의 ‘DyAc’ 시리즈 기술은 화면 전환 순간에 백라이트 광량을 조절해 사용자가 화면 전환 중간의 흐린 이미지를 보지 않게 하는 잔상 제거 기술이다. 백라이트 조절을 사용하면서도 화면 밝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패스트 TN 방식 패널과 이러한 잔상 제거 기술들이 결합되면, 실제 게이밍 환경에서는 이론적으로는 ‘OLED’를 넘어서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FPS 등 빠른 움직임을 위한 초고주사율의 패스트 TN 방식 게이밍 모니터는 움직임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갖췄다. 물론 시야각 등 근본적인 약점까지 모두 극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야각 문제 등이 실질적으로 프로급 게이밍 환경에서 중요한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패스트 TN’등 최신 TN 패널은 십수년전 초기형 TN 패널보다는 시야각 등이 크게 개선됐고, 이제는 25인치급 크기에서 정면으로 화면을 바라봤을 때 시야각에 따라 색이 불편해진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부분들이 FPS 종목의 e스포츠 선수들이나 게이머들이 패스트 TN 패널 기반 모니터를 선택하는 이유다.

벤큐 조위 e스포츠 게이밍 모니터 XL2566X+ / 벤큐

크기부터 색상까지 모든 조건 ‘게이밍 최적화’

최근 게이밍용 그래픽과 모니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해상도’다. PC 사양 변화에 따라 지금까지 십수년간 표준으로 여겨져 왔던 ‘FHD(1920x1080)’를 넘어선 ‘QHD(2560x1440)’로 주도권이 넘어갈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게이밍용 디스플레이 시장도 게임 유형에 따라 ‘FHD’ 기반에서의 고주사율 디스플레이와 ‘QHD’ 이상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적당한 주사율을 갖추는 식으로 양분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FPS 장르의 e스포츠 종목을 즐기는 프로나 팬들이라면 이러한 방향성 중 고주사율 쪽을 더 관심있게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몇 가지 현실적인 기술적 이유 때문이다. 가장 먼저 꼽을 만한 것은 게임 엔진 자체의 그래픽 특성 문제다. 나온 지 제법 오래된 게임이라면 종종 특정 해상도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고, 이 때는 모니터를 게임의 ‘네이티브’ 해상도에 맞추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현재 시점에서는 이 ‘네이티브’가 보통 ‘FHD’ 수준이다. 모니터 해상도가 높아져서 픽셀 단위로 매칭되는 ‘네이티브’ 조건이 깨지면 오히려 표현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처리 성능’과 ‘전송 성능’이다. FPS 게임에서 ‘프레임 수’는 부드러운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프레임마다 사용자의 조작이 반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게임 성과에도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1초간 처리해서 표현해야 할 데이터의 양은 화면 해상도와 프레임 수의 곱이 된다. 게임의 해상도를 올리면 보통 초당 프레임 수는 떨어진다. 물리적인 HDMI, 디스플레이포트(DP) 규격도 전송량에 한계가 있다. 이에 해상도와 주사율, 인터페이스의 전송 속도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고주사율을 위해서는 해상도에서 타협도 필요하다.

초고주사율을 갖춘 게이밍 모니터들이 24~25인치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 것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사용 환경이나 대회장 등에서 모니터를 놓고 사람이 앞에 앉았을 때 사람 눈에 보이는 ‘시야각’ 안에 모니터가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신 ‘패스트 TN’ 패널은 사용자가 정면에 있는 게이밍 환경에서는 시야각 문제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까지 기술이 개선돼, 시야각의 아쉬움은 최소화되면서 반응속도의 장점이 극대화된 선택이 됐다.

벤큐 조위 XL2566X+가 공식 모니터로 사용된 VCT 퍼시픽 2025 SKT T1 홈그라운드 경기 중 현장 / 벤큐

모니터는 표준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게이밍 모니터’는 아니다. 특히 e스포츠 경기용급 게이밍 모니터라면 기본 색설정부터 표준 색상이 아니라 주요 종목에 맞춘 최적화가 기본이다. 벤큐 조위 XL 시리즈 게이밍 모니터의 경우 기본 설정부터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발로란트(VALORANT),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등 주요 종목에 맞췄고, 표준 색설정을 사용자가 따로 선택해야 할 정도다. 이들 ‘게임 특화’ 색상 설정은 표준 색표현력보다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절돼서, 게임이나 환경이 달라지면 상당히 왜곡된 색상을 볼 수 있다.

이런 설정은 게이밍 모니터의 사용 목적이 분명한 프로 선수나 프로급 사용자들에는 장점이지만 일상과 취미 생활에서도 모니터를 사용한다면 다소 번거로운 상황을 만날 수 있다. 벤큐의 경우 ‘XL Setting to Share’ 앱을 통해 특정 게임이 실행될 때 모니터 프리셋을 지정된 설정으로 자동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제공해 번거로움을 제법 줄였다.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프리셋을 적용한다면 성능에 집중한 프로 급의 초고성능 게이밍 모니터도 충분히 괜찮은 표현력을 보여 준다. 

모니터에서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보드’ 또한 중요하다. 반응 속도가 중요한 게이밍 모니터일수록 들어온 신호를 실시간에 가깝게 지연 없이 처리하는 보드의 성능도 중요하다. 패널이 아무리 빨라도 보드에서 지연이 생기면 흔히 말하는 ‘입력 지연’의 엇갈림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사양 등은 잘 공개돼 있지 않아서 확인이 어렵다. 이럴 때는 e스포츠 리그 등에서 공식 모니터로 사용되는 ‘실전’에서 검증된 모니터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움직임에 예민한 FPS 종목의 프로 선수들과 리그에서 쓰는 모니터들은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인 모니터와는 지향점과 평가 방식이 제법 다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벤큐 조위의 ‘XL-X+ 시리즈’ 등 e스포츠 모니터 제품군은 60% 이상의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기술적 특징에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펍지 네이션스 컵 2025(PNC 2025)’나 ‘VCT(VALORANT Champions Tour) 퍼시픽 2025’에서는 패스트 TN 패널을 사용해 FPS의 빠른 움직임에 최적화된 벤큐 조위 XL2566X+ 모니터가 공식 모니터로 사용됐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