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부터 억대연봉자까지’… 이색 특화카드 봇물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 타깃형 상품 출시
카드사들이 고객 세분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10대 전용 체크카드상품부터 억대 연봉자만을 위한 프리미엄 카드까지 출시하면서 다양한 소비 연령층을 아우르는 모습이다.
10일 카드업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특정 연령대, 직군, 소득 수준 등을 세분화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타깃형 상품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려는 복안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7일 중·고등학생 전용 ‘신한카드 처음 체크’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단순히 연령 제한만 둔 카드가 아니다. 실제 10대들의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종과 시간대를 분석해 ‘맞춤형 포인트 적립 구조’를 설계한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가 ‘방과후 적립 시간대(오후 4~8시)’다. 이 시간대에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이나 카페, 패스트푸드 업종에서 포인트가 7%까지 적립된다. 독서실·문구점·도서점에선 5%, 포토부스에선 월 1회 1천 포인트가 제공된다.
카드 디자인도 10대 취향을 반영했다. 메탈 느낌의 ‘Silver’ 버전과 네이버웹툰 인기 캐릭터인 ‘춘배 고양이’ 버전 중 고를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5월 ‘틴업 체크카드’를 내놨다. 12세부터 성인까지 성장 구간별로 혜택을 차등 설계한 카드로, 출시 한 달 만에 발급 10만장을 돌파하며 카드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인기 캐릭터 ‘티니핑’을 적용한 랜덤 카드 디자인과 ‘황금 하츄핑’ 한정판 제공 등 심리적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주효했다. 할인 혜택은 연령대별로 다르게 설정됐으며, 편의점·올리브영·독서실 등 10대의 주요 소비처에서 월 1000원 한도로 5% 할인을 제공한다.
16세부터는 PC방·앱스토어 등 놀이문화 소비처가 포함되고, 19세 이상부터는 외식 업종 할인까지 늘어난다.
억대 연봉자 전용 프리미엄 신용카드도 출시됐다. 리멤버앤컴퍼니는 신한카드와 손잡고 ‘리멤버 블랙 신한카드 The BEST-X’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연봉 1억원 이상을 인증한 리멤버 블랙 회원만 신청할 수 있는 PLCC(상업자표시전용카드)다.
연회비는 최대 32만원으로 ▲교보다솜케어 2년 건강관리 ▲오픈갤러리 3개월 구독권 ▲스마트스코어 골프 서비스 혜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마일리지 적립 외에도 ▲신세계상품권 ▲호텔·외식권 ▲항공 마일리지 ▲여행상품권 중 원하는 옵션을 추가 선택할 수 있다.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커피·택시 할인 등 일상 혜택도 포함됐다.
법인 대상 특화카드도 등장했다. 웹케시와 우리카드는 지난 5일 ‘경리나라’ 전용 기업카드 ‘Plus+ Point’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중소기업의 회계 플랫폼인 ‘경리나라’에서 이용할 때 0.5%, 일반 가맹점에서는 0.3%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단순한 카드가 아니라, 회계·경비 시스템과 연동되는 자금관리 솔루션으로 설계돼 실질적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린 것이 특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그동안 대기업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 대상도 정밀 타깃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특화 상품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레드오션이 된 카드 시장의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인하 압박이 지속되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정면돌파보다는 ‘틈새시장’에서의 돌파구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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