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설계·마케팅 전방위 확산… 보험사 일하는 방식 바꾸는 AI

청구 심사 자동화부터 맞춤형 상품 추천까지 확대… 소비자 경험도 개선

2025-08-09     전대현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험사 핵심 전환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품 추천, 고객상담, 보상 처리, 마케팅 등 전 업무 영역에서 AI가 ‘우선 설계자’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험사 핵심 전환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DALL-E

9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 ABL생명, 캐롯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은 최근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과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을 잇달아 공개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5일 AI 기업 티쓰리큐(T3Q)와 ‘장기보험 보상청구 자동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핵심은 ‘온톨로지 기반 인공지능’을 보상 프로세스에 도입하는 것이다. 온톨로지(ontology) 기술은 데이터나 지식의 개념과 관계를 ‘사람이 이해하듯’ 구조적으로 정의하고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T3Q의 ‘EDPP(Enterprise Data Processing Platform)’는 AI·통계·룰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정보로 구조화하는 기술이다. DB손보는 이를 활용해 장기보험 청구서류를 자동으로 분류·판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DB손보는 “업계 최초로 장기보험 지급 자동화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라며 “고객의 청구 편의성과 내부 처리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를 두고 보상 단계에서도 AI가 ‘판단’이라는 고유 영역에 침투한 사례라며 주목하고 있다.

ABL생명은 영업 현장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AI 기반 보험상품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FC(재무컨설턴트) 전용 태블릿인 ‘A-tab’에 적용된다. 고객의 보험 가입 현황과 건강 상태를 AI가 종합 분석해 보장 공백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이에 맞는 최적 상품을 제시한다.

FC는 고객 맞춤 분석 리포트와 추천 상품의 사유까지 AI로부터 받아볼 수 있다. 고객 역시 ‘내게 왜 이 상품이 필요한가’를 납득할 수 있어 상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ABL생명 관계자는 “보장분석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중복 보장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을 더 강화하는 설계가 가능해졌다”며 “데이터 기반 설계가 FC 영업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보는 AI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광고 캠페인 ‘캐롯 디지털 유니버스’는 기획부터 이미지, 나레이션, 시각효과까지 전 과정을 AI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는 ‘신데렐라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다’는 식의 동화 기반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AI 기술과 결합했다. 여기에 게임 그래픽 감성을 활용한 시리즈도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캐롯 관계자는 “기존 보험 광고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AI의 창의성을 접목한 프로젝트”라며 “보험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캐롯은 실제 서비스 영역에서도 ‘AI 사고케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고객 차량의 중대사고 발생 시 별도 연락 없이 긴급출동이 자동 배치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AI 기반 고객 응대 챗봇, 콘텐츠 큐레이션 시스템 등을 통해 전방위적인 AI 보험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력 기반의 상담과 심사, 설계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AI가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며 “보상의 정확도와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어 경쟁력 측면에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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