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흔들리는 카드사, ‘저마진’ 구매전용카드로 땜질

신한카드, 2배 가까이 늘려

2025-08-12     전대현 기자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인 카드사들이 법인 고객을 붙잡기 위해 ‘저마진’ 구매전용카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이 줄고, 카드론(장기카드대출)마저 금융당국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활로가 절실해진 탓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사실상 원가 수준으로 신용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라도 법인 회원 기반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인 카드사들이 법인 고객을 붙잡기 위해 ‘저마진’ 구매전용카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 DALL-E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구매전용카드(일시불) 이용액은 22조850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9조683억원 대비 19.9% 늘었다.

구매전용카드는 특정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법인 전용 신용카드다. 주로 렌탈·건설·철강·유통업 등에서 결제 시점을 한 달 이상 늦춰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운전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카드사 입장에서는 거래규모(취급고)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구매전용카드는 수익률이 약 0.2%에 불과해 직접적인 이익 기여도는 낮다. 일반 법인카드가 항공·숙박·소모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되며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내는 것과 달리, 구매전용카드는 특정 거래처 중심의 대량 결제 성격이 강해 ‘규모 확보용’ 성격이 짙다.

해당 기간 주요 카드사별로 보면 현대카드의 구매전용카드 이용액이 10조668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카드 7조1933억원, 신한카드 3조1064억원 순이었다. 이는 2년전과 비교해 뚜렷한 증가세다. 2023년 6월에는 ▲현대카드 5조2626억원 ▲롯데카드 5조8854억원 ▲신한카드 1조5976억원 으로 적게는 22%에서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신한카드의 증가 폭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대·롯데카드처럼 기업계 카드사는 계열사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결제 규모가 크지만, 신한카드는 내부 거래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럼에도 이용액이 급증한 것은 외부 법인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한카드는 ‘수입축산물 신한카드 법인 결제전용’ 상품을 최근 출시하는 등 구매전용카드 상품을 꾸준히 취급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건설·유통·원자재 등 특정 업종을 겨냥한 기업구매전용카드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구매전용카드의 배경이 되는 법인카드 시장도 성장 추세다.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법인카드 이용실적은 66조8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64조5935억원 대비 3.6% 늘었다. 특히 1분기 31조4498억원보다 2분기 35조4454억원에 4조원가량 더 증가하며 상승 흐름을 보였다.

법인카드는 건당 이용금액이 개인카드보다 훨씬 커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다. 지난 5월 기준 법인카드 평균 승인금액은 13만2513원으로, 개인카드 평균 승인금액 3만5730원보다 10만원 가까이 많았다.

카드사들이 법인간의 관계 유지를 위해 구매전용카드 이용액을 확대하면서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는 수익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B2B 거래 기반 확대와 관계 유지 차원에서 적극 활용한다”며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는 일정 규모의 취급고를 유지하는 게 성장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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