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달러 스테이블코인, 국내 거래시 규제 필요”

‘출격임박!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원화 시대 개막’ 세미나 개최

2025-08-18     윤승준 기자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시 국내에서 유통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화당국은 외국환 거래 규제 회피 문제 등을 지적하며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원화 스테이블 발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고경철(사진 오른쪽)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과 김성진(왼쪽)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정책과장이 ‘출격임박!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원화 시대 개막’ 세미나 페널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정책과장은 1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출격임박!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원화 시대 개막’ 세미나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주요 목적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근거 마련도 있으나 국내에서 유통 중인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 외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체계를 마련한다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 중임에도 외국환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무역 등 거래에서 얼마나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규제 체계는 따로 없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해외 발행자도 국내 발행자와 동일하게 EU 역내에서 인가를 받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하고 있고 여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거래하지 못한다.

김 과장은 “미국 같은 경우에도 최근 ‘지니어스’ 법을 보면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본 정신은 상호주의”라며 “미국 내에서 규제받는 것과 유사하고 동일한 동의 감독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미국 내에서 유통을 허락하는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시 우려되는 외국환 거래 규제 회피 문제,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 자금 세탁 및 탈세 문제 등에 대해 관계 부처 간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 과장은 “외국환 관련해 기재부에서 가상자산 관련 거래소 입출금 내역을 한은과 기재부에 보고하는 체계 만들려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라며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제도화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외국환 거래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외국환 규제 우회 문제, 금산분리 원칙 완화, 통화정책 약화 우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발행하는 게 필요하단 입장을 내비쳤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자본규제 우회에 대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은행이 책임을 지고 신뢰성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신뢰성을 구축하고 핀테크 기업들의 기술력, 비즈니스 모델, 기술 능력 개발을 활용해 확장성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 외환 등 저책적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발행량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정책 협의 기구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고 팀장은 “한은이 추진했던 예금토큰도 디지털자산 지급수단으로서 대안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상호 병존하면서 디지털 지급 수단으로 같이 기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병덕(사진 왼쪽에서 여섯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세미나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이날 윤민섭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의 법적 제문제’를 발표하며 ▲자본금 요건을 완화한 발행인 인가 ▲금융사 50% 이상 출자 의무화를 두지 않은 발행인 거버넌스 ▲유통사의 KYC(고객확인의무)·AML(자금세탁방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윤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B2C, B2B, 자본거래 영역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해외 이용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매수 또는 매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내 VASP(가상자산사업자)가 해외 거래소 등을 설립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상장하는 방안, 해외 거래소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상장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한국은행의 역할’ 발제에서 한은이 환매조건부증권(RP·레포) 금리를 조정하며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되면 그만큼 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의 양이 줄었다가 늘언삳가 채권을 사고 팔아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초자산으로 채권을 쌓아놓으면 이를 담보로 레포로 현금을 뺀다든가 오히려 집어넣은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넣다 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량을 줄이고 싶으면 채권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레포 이자율을 높여주면 (발행사는) 채권 담보에서 풀고 한은에 예치할 것”이라며 “한은이 스테이블코인을 CBDC 등 장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놓으면 어떤 상황에 담보 비율을 높인다든가 이자율을 조정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기업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과 테크 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적절히 조합한 구조를, KB국민은행은 해외송금, 한류 콘텐츠 결제, 지역화폐 결제 등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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