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해외송금 시장 카드사에 완승… 신한카드 나홀로 분전

인뱅, 저수수료·핀테크 협업으로 주도권 KB국민카드, KB Pay 내 해외송금서비스 10월 종료

2025-08-21     전대현 기자

카드사들이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했던 해외송금 사업에서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높은 성장성을 예상해 주요 카드사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인뱅)에 밀리면서 설 자리가 급속히 좁아졌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했던 해외송금 사업에서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 DALL-E

21일 카드업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자사 애플리케이션 ‘KB Pay’ 내 제공하던 해외송금 서비스를 오는 10월1일부로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예상보다 이용률이 저조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해외송금 서비스는 주로 기업 해외 비용 결제나 유학 비용, 해외 생활 비용 등을 송금할 때 주로 사용된다. 매년 해외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송금, 글로벌 플랫폼 정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송금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카드사 해외송금 사업은 2018년 금융당국이 ‘소액해외송금업’을 허용하면서 본격화했다. 반드시 은행망을 거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비은행 금융사도 독자적인 송금이 가능해지자, 현대카드를 비롯해 롯데·KB국민·우리·신한카드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카드사들은 서비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인뱅에 밀리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가장 먼저 철수한 건 현대카드다. 2년간 이용자 확대에 나섰지만, 결국 수익성 확보에 성공하지 못했다. 롯데카드 역시 2023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우리카드도 2024년 철수했다. 올해 국민카드까지 손을 떼기로 하면서 사실상 존재감을 잃었다는 평가다.

카드사 해외송금 사업이 실패한 원인은 높은 수수료 구조다. 대다수 카드사가 은행망에 의존해 송금을 처리하다 보니 인터넷은행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은 해외송금 시 스위프트(SWIFT)라는 국제 금융망을 사용, 전신료가 발생한다. 전신료를 더한 해외 송금 수수료는 대략 1~2만원선. 반면 인뱅은 현지 금융사와 직접 연결하거나 전신료를 자체 흡수하면서 수수료를 4~5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속도 차이도 극명했다. 시중은행 송금은 보통 3~5일이 소요되지만, 카카오뱅크는 세계 최대 송금 결제 네트워크 기업인 웨스턴유니온과 협업하면서 ‘1분 송금’을 구현했다. 케이뱅크 역시 머니그램과 손잡고 10분 이내에 송금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서비스 차이는 이용객 증가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가 밝힌 2023년 해외송금 이용액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월평균 송금 건수도 2017년 1만건에서 이제는 5만건을 웃돈다. 케이뱅크 역시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속도를 앞세워 신규 고객을 꾸준히 끌어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해외송금 서비스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며 “송금을 계기로 계좌 개설, 대출 등 다른 상품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유일하게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제휴 방식을 달리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월 은행이 아닌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사업자 비자(VISA)와 손잡는 등, 총 43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금 후 30분 이내 자금 수취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수수료도 건당 4000원으로 책정해 은행 대비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은행 제휴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체 네트워크나 고객 경험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신한카드는 해외송금 시장 진출이 늦은 만큼, 은행 대신 VISA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뱅과 핀테크 중심의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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