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종료 직면, 교체 대상 된 ‘10년전’ 기기들 [권용만의 긱랩]
교체 시기 지난 10년 된 하드웨어, 최신 SW 지원 대상 제외 윈도·맥·리눅스·그래픽카드…지원 종료로 읽는 PC 세대교체
올해 PC 시장의 중요 화두 중 하나는 출시 10년을 맞은 윈도10의 지원 종료 문제가 꼽힌다. 차기 버전인 ‘윈도11’이 최소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 세대부터 공식 지원되면서, 이보다 오래된 PC들은 하드웨어 자체를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물론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2017년 발표돼 이미 8년이 지난 제품이고, 이보다 오래된 PC는 현실적으로 새로 구매할 때를 한참 지났다. 아직도 지원 사양과 기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일부에서는 윈도10의 지원 종료를 기점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움직임도 있다. 윈도11이 지원되지 않는 시스템에 리눅스 계열 운영체제를 활용한다거나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엄연히 한계가 있다. 애플의 맥OS 또한 매년 구형 디바이스들의 지원 종료를 알리고 있고, 윈도보다 지원 기간도 짧다. 한편, PC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용중인 PC의 장치 드라이버 지원 종료를 보는 경우도 제법 늘어나고 있다.
윈도 11은 ‘8세대’, 최신 리눅스는 ‘4세대’부터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집계에 따르면 윈도10과 11의 글로벌 점유율은 6월을 기점으로 역전돼, 7월 기준 윈도11은 53.39%, 윈도10은 42.99%로 나타났다. 5월과 비교하면 두달 새 윈도10과 11의 위치가 정확히 바뀌어 변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윈도10 점유율 절대 수치는 지원 종료를 두 달 남짓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높다. 이는 비교적 최신 PC에 윈도10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윈도11이 지원되지 않는 구형 PC의 비중도 제법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에서 가장 까다로운 요구 조건으로는 ‘프로세서’와 ‘TPM(Trusted Platform Module)’이 꼽히고,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프로세서의 경우 보통은 인텔 기준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지만 엄밀히는 7세대의 모델명을 달고 있는 하이엔드 데스크톱용 ‘코어 X-시리즈’부터 지원 가능하다. 이 때 프로세서의 지원 여부를 갈랐던 기술은 MBEC(Mode-Based Execution Control) 등 보안을 위한 ‘HVCI(Hypervisor-protected Code Integrity)’ 관련 가상화 기술들로 알려졌다. 이 기능들이 없으면 특정 보안 기술을 활성화했을 때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물론 이 기술을 지원하는 ‘8세대 코어 프로세서’도 출시된 지 8년이 지나, 일반적인 교체 시기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에 ‘윈도11 요구 사양이 너무 까다롭다’는 이유는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전 세대의 낡은 PC는 이제 최신 인터넷 환경에서 활용하기에 여러 모로 부족한 점들이 생길 때고, 이런 구형 PC에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의 사용 환경이었다면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수준일 것이다.
리눅스의 경우는 이런 하드웨어 지원 폭에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한도’가 있다. 레드햇은 지난 5월 공식 발표한 최신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10(RHEL 10)’의 최소 프로세서 지원 사양을 ‘x86-64-v3’로 상향했다. 이번 조치는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배포판과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에 선행하는 ‘센트OS 스트림(CentOS Stream)’에 모두 적용된다. 현재 리눅스 생태계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레드햇 계열 배포판에서 변화가 생긴 만큼, 다른 배포판들도 조만간 변화에 나설 것으로도 예상된다.
지난 2020년 인텔과 AMD, 레드햇과 수세(SUSE)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x86-64’ 계열 프로세서들을 탑재된 명령어 구성에 따라 ‘기능 레벨’로 구분했다. 가장 기본 단계인 ‘x86-64-v1’은 모든 64비트 x86 프로세서가 조건을 충족하며, SSE4.2 등이 포함된 v2는 인텔의 초대 코어 프로세서 ‘네할렘(Nehalem)’부터 충족할 수 있다. 이번에 RHEL 10이 요구하는 ‘x86-64-v3’는 AVX2 등의 명령어가 필요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세대는 인텔의 4세대 코어 프로세서나 제온 v3의 ‘하스웰(Haswell)’ 아키텍처, AMD의 ‘젠(Zen)’ 시리즈 직전 아키텍처 ‘엑스카베이터(Excavator)’ 부터다.
물론 RHEL 10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 ‘x86-64-v3’ 기준을 따지지 않는 배포판도 있다. ‘알마 리눅스(Alma Linux)’가 대표적이다. 알마 리눅스는 배포판 등장 당시부터 RHEL의 클론이 아닌 ‘호환’을 내세웠고, 현재 RHEL이나 클론 제품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x86-64-v2 대응이나 오래된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 등을 포함해 차별화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부분은 레드햇이 ‘센트OS’ 배포판의 정책을 바꾸면서 ‘클론’이 아닌 ‘호환성’ 중심으로 유도하면서 다양성을 선보이려는 정책에도 잘 부합하는 모습이다.
‘인텔 맥’과 ‘지포스 GTX’도 이번 세대까지
애플도 맥OS의 새로운 판올림을 매년 선보이면서 구형 제품에 대한 지원을 끊어 가고 있다. 구형 제품들에 운영체제 업데이트 지원이 제외되면, 보안 업데이트가 약 2년간 지원된 뒤에는 운영체제 관련 업데이트가 끊어진다. 이후에는 웹브라우저나 오피스 스위트 등 주요 소프트웨어들에서 지원이 끊어지면서 점차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렇게 완전히 수명 주기가 끝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대략 6~8년 정도다. 물론 구형 제품에 새 운영체제를 올리는 경우 일부 기능이 빠질 수도 있고,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은 없다.
올해 가을 정식 버전이 선보일 ‘맥OS 타호(macOS Tahoe)’는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 제품을 지원하는 마지막 버전이 될 예정이다. 맥OS 타호의 경우 인텔 칩을 탑재한 마지막 세대 ‘맥북 프로 16’과 ‘맥북 프로 13’, ‘맥 프로’ 정도까지만 공식 지원하고, 그 이전 세대 모델들은 새로운 운영체제로 업데이트할 수 없다. 애플은 이미 2020년부터 맥 제품군 전반에 탑재된 프로세서를 인텔 프로세서에서 자체 설계한 Arm 아키텍처 기반 ‘M 시리즈’ 칩으로 전환했고, 이번 세대로 인텔 아키텍처 기반 제품에 대한 지원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최신 운영체제에서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지원도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업계에서 가장 후한 지원을 제공하는 업체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최근, 지포스 10 시리즈까지의 드라이버 지원을 현재 버전대까지만 제공하고, 이후로는 보안 등의 긴급 문제에만 대응할 것이라 ‘지원 종료’ 공지를 알린 바 있다. 2016년 출시된 지포스 10 시리즈의 9년간의 지원이 종료되면, 향후의 드라이버는 본격적으로 ‘지포스 RTX’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아직 여전히 주위에서 지포스 10 시리즈가 제법 사용되고 있지만, 이제는 정말 낡은 제품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엔비디아의 그래픽 드라이버 지원은 기간과 품질 모두 경쟁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AMD의 경우 현재 ‘AMD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의 최신 버전 25.8.1은 2019년 선보인 RDNA 1 아키텍처 기반 ‘라데온 RX 5000 시리즈’ 부터 지원한다. 인텔의 경우는 현재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 지원의 메인스트림 지원 하한선이 2020년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선보인 ‘Xe 아키텍처’ 기반 제품부터다.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초강세가 이어지는 데는 성능과 호환성은 물론, 지금까지 다져진 ‘오래 쓸 수 있는’ 지원의 신뢰성도 한 몫 한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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