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인효과 노린다"… 삼성·LG, 콘텐츠 파트너십 확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콘텐츠 협업을 통해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선 생태계 록인(lock-in) 효과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서비스 고도화로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토어에서 다음달 12일까지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 테마를 무료로 제공한다. 스마트폰 화면과 아이콘을 꾸밀 수 있는 갤럭시 전용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넷플릭스와 정기 협업을 시작하는 첫 사례다. 삼성은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콘텐츠 전략은 올해 들어 두드러졌다. KT 스튜디오지니와 스트리밍 콘텐츠 제휴를 맺었고, 지난달에는 워너브라더스·DC스튜디오와 손잡고 신작 슈퍼맨 영화 개봉을 기념해 아트워크 10점을 삼성 아트 스토어에서 무료 공개했다.
글로벌 캠페인도 활발하다. 방탄소년단 RM을 ‘삼성 아트TV’ 글로벌 홍보대사로 선정하는 한편 타불라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해 유럽과 인도 등에서 뉴스앱을 통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전자는 영화관용 LED 스크린 ‘미라클래스’를 메가박스 코엑스점 등 3개 상영관에 설치하고 ‘MEGA|LED’ 특별관을 운영 중이다. 자발광 4K HDR 기술을 적용해 몰입형 관람 경험을 제공하며 향후 영화관 전반으로 통합 솔루션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Life’s Good’ 브랜드 슬로건 확산을 위해 전세계 인플루언서와 협업, 긍정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
삼성과 LG의 행보는 해외 빅테크 전략과도 닮아 있다. 애플은 애플TV+ 오리지널 제작으로 생태계 영향력을 확대했고, 구글은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와 협업해 픽셀 스마트폰과 AI 기능을 노출한다.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를 멤버십과 묶어 구독자를 늘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게임 패스와 팀즈 파트너십으로 각각 게임과 업무용 협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파트너십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 호감도 제고, 생태계 확산, 고객 데이터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며 “삼성과 LG는 콘텐츠 협업을 통해 제품 판매 시너지를 높이고 충성 고객을 잡는 록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