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다시 붐볐지만…관객 발길 잡는 건 ‘흥행작’

2025-08-21     변인호 기자

정부가 배포한 영화 할인권으로 관객 수가 늘었지만 흥행을 좌우하는 건 결국 영화의 경쟁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8월 17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을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종민 CJ CGV 대표에게 “할인권 덕분에 관객이 늘었느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할인권의 40%쯤이 소진됐다”고 답했다.

정부가 배포한 영화 할인권이 실제 관객 증가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월 누적 관객 수는 1173만7324명으로 전월보다 402만6595명 증가했다. 8월도 중순까지 827만6855명을 기록했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7월 25일 6000원 할인권 450만장을 배포한 뒤 주요 영화관 웹페이지와 앱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관객 증가는 영화관 앱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 결과 주요 영화관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7월 기준 1109만명으로 6월보다 58%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CGV 480만명, 롯데시네마 340만명, 메가박스 289만명이었다. 업계는 전체 예매·발권 이용자의 90%가 앱을 이용한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영화가 할인권의 혜택을 본 것은 아니다. 네이버 웹툰·웹소설 기반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개봉 3주차 누적 관객이 105만명에 그쳤다. 반면 ‘좀비딸’은 같은 기간 463만명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F1 더 무비’도 할인권 효과 속에서 역주행을 이어갔다. 6월 말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은 427만명이다. 특별관 상영 비중은 24.2%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7.2%)이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8.6%)보다 높았다.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OTT 성장, 제작비 상승, 1만5000원으로 오른 티켓값 등으로 침체가 심화됐다. 지난해에는 ‘파묘’와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넘겼지만 올해는 500만명을 돌파한 작품조차 없다. 업계는 “집이 아닌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입소문이 흥행의 핵심이라고 본다. 특별관 관람 경험이 좋은 영화가 많아져야 관객 발길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아무리 티켓 할인을 많이 해도 결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야 영화관을 찾는다”며 “영화관을 찾는 건 시간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흥미를 끌 작품이 없다면 공짜 관람권을 줘도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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