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렸는데… 꿈쩍않는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 '이자장사' 발판
메리츠證, 신용융자-예탁금 이자율 갭 8.85% 가장 커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금리인하기를 맞아 고객 예탁금 이자는 신속하게 내리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대출해 주는 신용융자 이자율은 고금리 상태 그대로 둔 채로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9%대로 일반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도 높지만,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은 1%도 채 안돼 정기예금 이자율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를 시행한 증권사 29곳의 2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총 3746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3585억원 대비 4.5% 늘어난 규모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거래를 뜩한다.
반면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는 돈인 투자자예탁금에 대한 이자는 줄었다. 증권사 44곳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비용)는 2분기 1793억원으로 1분기 1816억원 대비 1.3% 감소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자수익은 늘리고, 이자비용은 덜어낸 셈이다.
증권사 전체로 보면 투자자예탁금은 2분기 평균 58조3588억원으로 1분기 평균 53조8453억원 대비 8.4% 늘어난 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같은 기간 17조2876억원에서 18조670억원으로 4.5% 증가했다.
회사별로 보면 키움증권의 예탁금 이자 수익 가장 컸다. 키움증권은 2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641억원을 벌었고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로는 190억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증권도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611억원 벌고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로 223억원을 썼다. 549억원을 벌어들인 삼성증권은 투자자예탁금으로 195억원을 지불했다.
문제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거의 제자리인 반면,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만 떨어져 격차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10대 증권사의 융자 기간 91일 이상 기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평균 9.09%지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1000만원)은 평균 0.96%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낮춘 바 있다. 지난 2월 기존 3.0%에서 2.75%로 한 차례 인하했고, 다시 5월에 2.5%로 또 한 번 내렸다. 올 들어서만 0.5%포인트 금리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내리면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 대해선 내리지 않거나 적게 반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들어 RP형 CMA 예탁금이용료율을 2차례(3월 0.3%포인트, 6월 0.25%포인트), 랩어카운트 예탁금이용료율도 2차례(3월 0.25%포인트, 6월 0.25%포인트) 내렸음에도 91일 이상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 대해선 손대지 않았다. 6월 마지막 날 30일 이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25%포인트 내린 게 전부다.
메리츠증권도 5월 예탁금 이용료율을 1.0%에서 0.6%(100만원 이상)로 내렸음에도 신용거래융자(91일 이상)는 9.45%(Super 365계좌는 7.40%)로 유지했다. 키움증권은 3월 신용거래융자를 0.2%포인트, 4월 예탁금 이용료율은 0.3%포인트 내렸다. NH투자증권도 4월 신용거래융자를 0.1%포인트, 예탁금 이용료율은 0.2%포인트 각각 인하했다. 지난달 1일엔 이용료율을 0.2%포인트 더 내린 상태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및 예탁금 이용료율에 대해 별다른 공지를 내리지 않았으나 수신 역할을 하는 ‘CMA-RP / 일반RP’ 금리에 대해선 2·6월 두 차례 0.25%포인트씩 내렸다. 한국투자증권도 ‘RP매각금리’만 2·6월 합쳐 0.50%포인트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합리적 수준으로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평균 9% 수준으로 높게 책정하면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1%에도 못 미치게 두는 건 명백한 불균형 구조”라면서 “투자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하하고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상향 조정해 예탁금을 맡기는 투자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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