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진단서 읽고 보험금 판정… 혁신 속도내는 보험사

삼성화재·AIA생명, OCR에 생성형AI 결합… DB손보는 장기보험 보상 청구 자동화 목표

2025-08-21     전대현 기자

보험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금 심사, 보상 청구, 고객 응대 등 보험 서비스의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추세다. 내부 업무 효율성까지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보험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DALL-E

21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이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AI를 활용해 보험심사 및 청구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생성형 AI와 광학문자인식(OCR)을 결합한 ‘AI 의료심사’를 도입했다. 암보험금 지급 심사에는 진단서뿐 아니라 조직검사, 병리학적 자료, 임상 기록 등 수십 페이지의 의료문서를 검토해야 한다. 기존에는 심사자가 직접 자료를 판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심사자마다 결과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새 시스템은 대량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문서를 자동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추출한다. 그 결과 암 심사 건의 인력 검토 비중이 약 55% 줄었다. 심사 결과의 일관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삼성화재는 이 시스템을 특허 출원까지 마치며 독점적 활용을 노리고 있다.

김기평 삼성화재 장기보상AI추진파트 파트장은 “AI는 업무 효율성, 정확도, 사업비 절감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며 “향후 다양한 질환과 진단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A생명도 보험금 청구 시스템에 LLM 기반 AI OCR 솔루션을 도입했다. 병원 진단서나 입·퇴원 확인서처럼 정형화된 문서는 물론, 진료 소견서 등 문장 형태의 비정형 문서까지 인식·분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AIA생명의 모바일 앱(AIA+)에서 병원 서류를 촬영해 올리기만 하면 된다. AI가 필요한 정보를 자동 추출해 입력하면서 보험금 심사와 지급이 빠르게 진행된다.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입원, 수술, 골절 보험금 청구의 ‘영업일 기준 1일 이내 지급 비율’은 지난해 평균 64.9%에서 이달 초 83%까지 올랐다. 전체 청구 건 기준 신속 지급률도 97.8%에 달했다. 

유신옥 AIA생명 고객총괄본부장은 “보험금 청구는 고객이 보험사와 직접 맞닿는 중요한 접점”이라며 “AI 기반 혁신으로 고객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앞으로도 편리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인공지능 전문기업 티쓰리큐(T3Q)와 손잡고 장기보험 보상 청구 자동화에 나섰다. 핵심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EDPP(Enterprise Data Processing Platform)’와 온톨로지 기반 AI 기술이다. 온톨로지는 데이터 간 관계를 정의해 의미망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복잡한 보험 청구 절차를 자동화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DB손보와 티쓰리큐는 장기보험 보상청구 자동화 개념검증(PoC)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외 협력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심진섭 DB손보 본부장은 “이번 협약은 AI 기반 보험 혁신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고객 편의와 처리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가 앞다퉈 AI 도입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효율성 제고를 넘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 디지털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전통 보험사들 역시 AI를 통해 업무 효율과 고객 편의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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