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 활황에 중학개미 웃음꽃… 서학개미 ‘씁쓸’ 동학개미 ‘통곡’
8월 투자 성적표 中 +12%, 美 –5%, 韓 –14% AI 부품업체 중제욱창 22%, 팹리스 반도체 서심미전자 15% 급등 유동성 확대 등이 中증시 상승 견인… “머니무브 기반 상승 전망”
올 여름 날씨만큼이나 중국 증시가 뜨거웠다. 유동성발(發) 상승 랠리에 힘입어 중국증시에 투자한 중학개미 역시 적잖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미국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IT 거품과 오락가락 정책 리스크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21일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순매수(매수-매도) 결제금액은 1049만달러(약 147억원)로 집계됐다. 7월 3447만달러 순매도에서 한 달 만에 ‘사자’로 전환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순매수한 건 3월(1080만달러) 이후 5개월 만이다.
순매수로 전환한 보람은 컸다. 21일까지 이달 중학개미들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 평균 11.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상업 은행(-2.3%) 1곳을 빼면 모두 플러스(+)였다.
종목별로 보면 글로벌 광 모듈 1위인 중제욱창(Zhongji Innolight)의 주가 상승률이 21.9%로 가장 높았다.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광 트랜시버를 제조하는 회사다. 이 기간 중학개미들이 순매수한 규모도 719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팹리스 반도체 설계 기업 서심미전자(FUZHOU ROCKCHIP ELECTRONICS)가 14.8% 오르며 뒤를 이었다. 14.8% 상승한 국영은행 중국농업은행(AGRICULTURAL BANK OF CHINA)이 그다음이었다. 이어 자동차 부품회사 쌍환전동기계(ZHEJIANG SHUANGHUAN DRIVELINE) 12.7%, 금·구리 제련업체 자금광업(ZIJIN MINING GROUP) 7.6%, 중국 소비재 업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China Universal CSI Traditional Chinese Med’ 3.9% 순이었다.
중국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과 중국 정부의 시장 육성책과 유동성 완화 등이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9월 전승식 및 10월 4중 전회에서 나올 시장 친화적 및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된다.
중국 대표 주가지수인 상하이(SSE)는 이달 들어 21일까지 5.5% 올랐다. IT 등 혁신 기업 중심인 심천(SZSE)의 상승 폭은 8.4%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S&P500 0.5% 및 나스닥 0.1%, 일본의 닛케이225 3.8%, 유럽의 유로스톡스50 2.7% 등 글로벌 주요 지수를 웃도는 수치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 증시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반등세를 보이는 건 풍부한 유동성 유입, 정치 이벤트와 정부 정책 기대라는 두 가지 동인을 들 수 있다”면서 “신용융자 잔고는 2015년 유동성 버블 붕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초저금리와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온기는 홍콩으로도 번졌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1~21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상승률은 평균 5.5%였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 지수 상승률 1.3%를 4%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공상은행(Industrial and Commercial Bank of China) 26.3% ▲증권사 국태해통증권(Guotai Junan Securities) 23.3% ▲중국 최대 IT 업체 텐센트홀딩스(Tencent Holdings) 9.4% ▲자율주행 칩 전문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ROBOT-W) 7.9% 등의 홍콩 기업을 순매수하며 높은 상승률을 올렸다.
반면 서학개미 투자 성적표는 아쉬웠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2억144만달러 순매수했으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 평균 -4.6% 등락률을 거뒀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등락률 21.6%)과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37.8%) 2개 빼고 모두 하락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 등락률을 두 배 추구하는 ‘GRNTSHR 2X ETF’’가 –40.8%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피그마(FIGMA) 37% 떨어지며 뒤를 이었다. 그다음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뉴스케일파워 –33.3%, 코인베이스 주식을 대상으로 한 커버드콜 전략 ETF인 ‘TD YILDMX CN’ -23.2%, 13일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스테이블코인 기업 불리시(Bullish) -22.4% 등에서 손실을 봤다.
동학개미 투자 성적표는 더 처참했다. 21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 중 1일 상장한 신생 기업 대한조선을 빼면 모두 마이너스(-)였다. 평균 –14.2%다. LIG넥스원(–21,1%),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3%), 현대로템(-14.1%) 등 방산업체에서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국콜마(-18.4%), 코스맥스(-15.1%) 등 화장품주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증권가는 중국 증시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등 안전자산이 많이 쌓여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7월 말 중국의 가계예금은 160조9000억위안(3경1000조원)으로 2010~2019년 추계선을 산정한 정상 경로 107조위안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초과 유동성은 약 35.5%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강세로 가격 부담이 커졌지만 머니무브에 기반한 추세 상승 흐름은 지속할 것”이라며 “안전자산에 쌓인 초과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다면 단기 반등을 넘어 구조적 강세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펀더멘털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추가 랠리를 좌우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 해소가 우호적 요인이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오히려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의 강한 랠리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며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부양책 등이 시행된다면 중국 증시의 상승세를 지지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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