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 [새책]
UX·UI 디자이너를 위한 현실 밀착형 생존 가이드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
이미진(란란) 지음 | 한빛미디어 | 400쪽 | 2만6000원
데이터 분석가도, 도구도 없는 환경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빛미디어가 펴낸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는 그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제12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저자가 17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 실무자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생존형 UX 가이드를 담았다.
많은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데이터 분석가나 리서처가 없다. 정제된 데이터도, 명확한 프로젝트 목표도, 협업할 동료도 부족하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디자이너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며 설득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냥냥북스’, ‘냥아치잡화점’ 같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설문, 인터뷰, 시장조사, 관리자 페이지 등 정량·정성 데이터를 활용해 UX/UI에 반영하는 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책은 복잡한 통계나 이론을 배제하고 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에 집중한다. 내부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요청하는 방법, 시장조사를 통해 내부 데이터의 빈틈을 보완하는 법, 사용자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태도까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제시한다. 저자는 “데이터에는 정답이 없지만, 올바른 질문이 숨어 있다”며 완벽한 분석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용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디자이너가 겪는 갈등과 오해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창업자는 투자 압박 속에서 기능 개발을 서두르고, 디자이너는 사용자 중심을 고집하다 ‘오버한다’는 낙인을 찍히기도 한다. 그러나 두 집단 모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 이 책은 그 간극을 메워줄 실무 지침서로, UX/UI 디자이너뿐 아니라 마케터, 기획자, 팀 리더에게도 유용하다.
완독을 목표로 한 책이 아니라, 책상 위에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무기 같은 책을 지향한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실패와 타협의 순간까지 담아낸 솔직한 경험담은 혼자서도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는 오늘도 우물을 파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생존 전략이자, 데이터로 디자인을 설명하는 현실적인 길잡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