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투자 대신 장사만”… 이통3사 한해 단말기 수익만 10조
최근 급상승한 단말기 가격 따른 ‘낙수 효과’ 누려
2024년 이동통신 3사의 실적 가운데 단말기 수익만 10조원에 가까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일각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여전히 단말기 판매를 통한 매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이해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조국혁신당)실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의 단말기 수익 합계는 9조3890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 단말기 유통을 담당하는 SK네트웍스가 4조4485억원, KT가 2조4263억원(별도 기준), LG유플러스가 2조5142억원(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단말기 수익은 휴대폰을 비롯해 스마트패드,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기타 단말기 판매로 발생한 매출을 뜻한다. 통신사는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확보해 소비자에게 요금제와 함께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내고 가입자도 확보한다.
2024년 통신 3사의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은 58조9970억원이다. 이 가운데 단말기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한다. 실제 최근 5년간 통신 3사의 단말기 수익을 살펴보면 해마다 2조원을 넘겼다. SK네트웍스는 2조2000억~2조7000억원대, KT는 2조4000억원~2조8000억원대, LG유플러스는 2조2000억~2조7000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큰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수익에 핸드셋뿐 아니라 주변기기, IoT 기기, 유선 셋톱박스 매출도 포함된다며 집계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마다 회계 처리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통신사들이 AI 투자 등을 이유로 본업인 통신망 투자에는 소극적이면서 단말기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비판한다. 2024년 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 합계는 6조6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G 초기인 2019년 8조7793억원보다 2조1686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 통신사의 경우 전체 매출의 20%가 단말기 수익에서 발생한다”며 “단말기 판매로 상당한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말기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문제 삼았고 앞으로도 국회와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해민 의원은 “통신사는 5G 가입자 포화를 이유로 수익성 악화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고가 단말기 판매로 매년 수조 원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가계통신비 부담의 핵심 요인이 단말기 가격이라는 여러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로 제조사 장려금 자료 제출이 의무화된 만큼, 정부는 단말기 유통과 수익 구조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투명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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