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하반기 공채 스타트… 채용도 교육도 '디지털'

우리은행, 서류전형에 AI 역량검사

2025-08-27     한재희 기자

은행권이 하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에 돌입했다. 표면적으로는 전통적 은행 역할에 맞는 인재상을 찾는다지만, 채용 기조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할 인재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공채뿐 아니라 상시채용에서도 IT·디지털 인력 선발을 강화하면서 관련 인재의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일반 은행원들에게도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와 적응 능력이 요구되는 모습이다. 

은행권이 하반기 공채를 시작했다. /DALLE

2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이 현재 하반기 공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채용을 검토 중이며, KB국민·신한·농협은행도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예년과 유사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나선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195명을 선발한다. 기업·개인금융·IT특성화고·보훈·장애인 등 8개 부문에서 채용을 진행하며, 서류전형에는 처음으로 AI 역량검사를 도입했다. 특히 IT 부문은 온라인 코딩테스트로 바꿔 지원자가 익숙한 환경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인재 확보를 위해 선발 방식에서도 변화를 준 것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주 채용 공고를 내고 180명 가량을 선발할 예정이다. 금융일반과 디지털·IT 부문을 나누어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최근 몇년 간 IT 인재 채용 비중이 최대 20% 가까이 됐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조직 적합도 검사’를 신설해 평가 과정에 반영한다. 

특히 입행 후 6주간 진행되는 연수 과정에 AI 툴을 활용한 실무 과제를 처음으로 포함시켜 채용 단계부터 교육 과정까지 디지털 역량 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BNK금융그룹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중심으로 지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학력·연령·전공·성별 제한이 없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며, 지역 인재 확대를 위해 부산·울산·경남 소재 고교·대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지역전형도 운영한다.

모집 직군은 일반과 디지털·IT 직군으로 나뉘며, 부산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직군 채용도 병행한다. 특히 합숙 형태의 컬쳐핏 면접을 도입해 지원자의 가치관과 조직 적응력을 심층 평가한다.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는 대체로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점포 축소와 디지털 전환 기조가 맞물리며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까닭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ICT 인력 비중 확대는 물론 디지털 역량을 기본 소양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AI 뱅킹, 초개인화 서비스, 챗봇 상담 등 신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일부 직원뿐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직군을 따로 뽑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친화적 태도와 업무 적응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 규모를 보면 여전히 영업점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고객과 금융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과거와 비교해 디지털·ICT 인력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2~3년 전만 해도 디지털 전환을 내세워 별도의 전문 인력을 뽑았다면, 지금은 디지털 기술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재를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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