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약발 다했나’… 들썩이는 집값에 다음 규제 점쳐보는 부동산시장
이재명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주택가격 전망 지표가 반등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고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기대 심리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다음 규제 카드를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나 위험가중치(RWA) 상향 등이 우선 거론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은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주택가격 전망 지수는 111을 기록, 7월 109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6월에는 120까지 치솟았다가 대출 규제 직후 109로 급락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낙관론에 힘이 실렸다.
KB부동산 조사에서도 서울의 매매 전망 지수는 7월 98.0에서 8월 102.6으로 반등하며 100선을 회복했다.
시장 움직임도 같은 흐름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오르며 상승폭은 줄었지만, 송파구는 0.29% 뛰며 가장 높은 변동률을 기록했다. 서초·강남·양천 등 대규모 단지에서도 오름세가 이어졌다. 성수·이촌·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30억원을 웃도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라 지표 이상의 과열 심리를 반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대출도 불안하다. 규제가 시작된 직후인 7월에는 효과가 나타났다. 6.27 대책과 함게 가산 금리가 더해지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면서다. 실제로 7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2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6월 6조5000억원 급증세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주담대는 6월 6조1000억원 늘었던 데서 4조1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고, 기타대출은 1조9000억원 줄며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최근 집값 상승이 다시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말까지 이미 계약된 주담대 영향으로 가계대출 순증이 예고된 가운데 9월에도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8월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불과 일주일 만에 2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0조8845억원으로, 7월 말보다 1조9111억원 증가했다. 공모주 청약 자금, 추가 규제 시행 전에 미리 잡아둔 수요, 6·27 이전 체결된 계약의 잔금대출 실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된다. 오는 2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채권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기준금리 동결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여전히 서울 집값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다.
당국이 고려하는 추가 규제 카드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강화와 RWA(위험가중자산) 상향이 거론된다. LTV는 대출 한도를 직접 줄이는 방식으로 효과가 빠르지만 실수요 위축 우려가 크기 때문에 다주택자나 투기과열지구 중심으로 정밀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RWA 상향은 은행의 자본 규제를 강화해 대출 여력을 줄이는 간접적 방식이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현행 최저 15%에서 25%로 올리면 은행은 더 많은 자기자본을 적립해야 하고, 주담대 공급 능력이 축소된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은행들은 대출 규제 기조에 맞춰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실수요 중심의 공급은 지속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다음 규제에 대해선 RWA 관련 신규 대출에만 적용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규제만으로는 시장 심리를 근본적으로 꺾기 어렵다”며 “연말에 또 다시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촌극을 피하려면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과 함께 신규 중심·취약계층 보호 원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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